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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가자지구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09일 13시24분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휴전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는 휴전은 말 그대로 휴전일 뿐 언제 또 폭발할지 모른다. 이스라엘이나 하마스의 거주지인 가자지구 모두 불안을 품은 불행한 동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었다. 하마스가 병원이나 학교 등 민간 시설을 진지로 사용한 탓에 민간인 희생이 특히 컸다. 그러나 더 큰 민간인 희생의 원인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라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이 유엔 인원위원회를 탈퇴한 것은 이런 추궁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평가다.

팔레스타인은 오래전부터 이집트의 지배를 받아왔다. 이집트가 쇠락한 틈을 타 바다민족의 하나인 필리스타아인들이 들어온다. 이들의 이름을 따 팔레스타인이라는 지명이 탄생했다. 그들은 이곳에 다섯 개의 도시인 펜타폴리스를 건설했는데 그 중 가자가 가장 큰 도시였다. 성경에 삼손이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붙잡혀 구금된 곳도 바로 가자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에는 이집트의 박해를 피해 모세에 의해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넌다. 이들이 다다른 땅이 가나안으로 바로 팔레스타인이다.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십계’의 지침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증거는 없다. 학자들은 이를 ‘신화화된 역사’라고 한다. 로마가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유대인의 박해는 시작됐다. 특히 예수를 죽인 민족으로 낙인돼 쫓겨나게 된다. 이게 디아스포라다.

역사적으로 가자지구는 풍요로운 땅이었다. 홍해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로마 시대에 조성된 가자 항구를 ‘네아폴리스’라 불리었다. 그리스어의 나폴리라는 뜻으로 그만큼 아름다웠다. 또 황제들의 사랑도 받았다. 콘스탄티누스 1세 때에는 ‘콘스탄테이아’로, 율리아누스 때에 ‘마이우마스’로 개칭될 정도로 위상도 높았다.

그 명성은 계속 이어져 이집트를 원정하던 나폴레옹은 가자를 일컬어 ‘아프리카의 교두보, 아시아로의 관문’이라고 보았다. 비극은 엉뚱하게 찾아왔다. 천대 속에 전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 겪은 후 자기 나라를 갖고자 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 자금을 지원한 댓가로 마침 영국령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해 오늘날 이스라엘을 세웠다.

아랍의 패권과 자위권을 배경으로 전쟁을 몇 차례 겪었다. 가자지구는 우리 세종시 정도의 면적에 200만 명이 산다. 산업 시설이 없어 대부분이 국제 원조에 의존한다. 내륙으로도 바다로도 나갈 수 없는 장벽에 갇혀 있다. 말 그대로 거대한 감옥이다. 가자인들에게 희망이 없기에 계속 저항하는 것이다.

가자지구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으로 세계가 출렁이고 있다. 가자 주민들을 인접국이나 소말리아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그 땅을 소유해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자의 옛 명성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착민을 소개한다는 것은 인종 청소로 그 자체가 범죄행위이다. 전쟁을 막는 것은 그런 탄압이 아닌, 상생의 길이라는 것을 위대하다는 미합중국 대통령이 몰라서 그러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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