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

“밖에 나갈 때는 부모님께 행선지를 알리고,
돌아와서도 반드시 얼굴을 뵈어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6일 14시08분

요즘 어린이들은 ‘엄마·아빠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하고 집을 나선다. 학교에 다녀와서도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라며 꾸벅 절을 한다. 모두 가정과 학교에서 교육한 결과이다.

어린이집에서도 두 손을 맞잡는 공수배례를 가르친다. 아이들 말로 배꼽인사다. 그런데 이 배꼽인사도 손을 포개는 방법이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 반드시 ‘남좌여우(男左女右)’로 한다. 남자는 오른손 등에 왼손을 포개고, 여자는 왼손 등에 오른손을 포갠다. 현대복식에서 남녀옷깃의 여밈과 같다. 이렇게 다른 이유는 남녀 차별이 아닌, 음양을 따르는 것이다.

'예기'의 '곡례' 상편에는 부모와 연장자를 대하는 법이 실려있다. “무릇 사람의 자식된 자는(夫爲人子者),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에게 행선지를 말씀 드리고(出必告), 집에 돌아와서는 반드시 부모의 얼굴을 뵙고 돌아왔음을 알려 드려야 한다(反必面)․․․․․․. 10년 연장자를 대할 때는 형님처럼 섬기고(十年以長則兄事之), 5년 연장자를 대할 때는 어깨를 나란히 하되 뒤를 따른다(五年以長則肩隨之).”라고.

여기에서 ‘출필곡반필면(出必告反必面)’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풀이하자면 “밖에 나갈 때는 부모님께 가는 곳을 말씀드리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여 드린다”라는 뜻이다. 이는 자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부모 마음과 자식 또한 부모님 얼굴을 뵙고 알려드림으로써 부모 마음을 안심시켜 드리는 것이다.

한자 곡(告)은 직접 뵙고 허락을 청하는 것이며, 면(面)은 바깥에서 돌아왔으므로 얼굴을 보여 드리는 것이다. 곡(告)은 세 개의 뜻이 있는데, ‘고할 고’, ‘뵙고 청할 곡’, ‘국문할 국’으로 뜻에 따라 발음이 달라진다.

그래서 ‘곡(告)’의 발음이 ‘고인가, 곡인가, 국인가’로 혼동된다. 문헌에 곡(告)은 발음이 공(工)과 독(毒)의 반절로 곧 ‘곡’이라고 주석을 달아놓았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사전도 ‘출필곡’으로 표기하고 있다. 때문에 ‘뵙고 청할 곡(告)’은 부모님께 나가는 것을 알릴 때는 반드시 얼굴을 보면서 간청한다는 의미이므로, ‘곡’으로 읽어야 한다.

필자가 ‘출필곡반필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에 입학 후였다. 새 교복을 입고 담임선생님과 첫인사를 할 때, 담임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앞으로 세상살이에서 꼭 지켜줄 것을 당부하며 일러주셨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는 이와 같은 고전적 가르침에 반해서, “반필면하되 출필곡하지 말라”는 엄한 명령도 있다. 그것은 임금으로부터 암행어사로 임명받은 관리는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임지로 떠나야지 집에 가서 가족을 만난다거나 자신의 임무를 주변에 흘려서는 안 된다는 규율이다.

병자호란(인조 16년) 후 전국에 흉년이 들어 민심이 흉흉해졌다. 그러자 나라에서는 여러 지방에 암행어사를 파견해서 민심을 살폈다. 이때 함경도 암행어사로 임명받은 이행우와 평안도로 임명받은 김진이 임지로 떠나기 전에 잠시 집에 들러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한 일이 있었다.

후에 그것이 사간원에 알려졌고, 사간원은 임금에게 두 암행어사의 파직을 간언했고 임금은 그들을 파직했다. “출필곡 반필면하라”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가르침이요, “반필면하되 출필곡하지 말라”는 임금의 명은 큰 임무를 부여받은 공직자의 도리에 대한 규례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한만큼 부모에 대한 자식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안부는 전화로 대신하고 그나마 전화도 일주일이나 한 달에 한 번이면 족한 걸로 안다. 명절이나 부모님의 생일도 번거로운 하나의 통과의례로 생각한다면 반성해 볼 일이다.

출근길과 퇴근길에 드리는 안부 전화 한 통화가 부모님께는 하루의 안녕과 활력이 될 수 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전화로라도 ‘출필곡반필면’ 할 수 있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이제 그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고 자주 찾아뵙고, 전화드려야 후회가 없다./이태현(고원공간정보 부회장, 전 무주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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