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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라면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6일 14시09분

라면은 증기로 익힌 후 기름에 튀겨 말린 국수에 별도의 스프를 첨가해 끓인 요리이다. 그러나 이런 조리 방법으로 라면을 정의하기는 어렵다. 대형마트 판매 1위는 항상 라면이 차지한다. 허기를 달래는 식사를 넘어 거의 주식의 반열에 올랐다. 흔히 좋아하는 사람을 집에 들이려는 제안인 ‘라면 먹고 갈래?’에서 보이듯 매력적인 소울 푸드이기도 하다.

원래 라면이라는 말은 중국의 납면(拉麵)에서 왔다. 한자에서 보듯 원래는 당겨서 뽑은 면이다. 수타면의 의미가 전혀 다른 인스탄트 라면으로 된 것이다. 일본으로 넘어가 ‘라멘’으로 불리다가 한국에서 라면으로 불리게 되었다. 면발이 소라처럼 꼬불꼬불해 그렇게 부른다고도 하는데 북한에서 쓰는 ‘꼬부랑국수’는 여기서 착안한 것 같다.

탈세 혐의로 부도를 맞았던 일본의 닛산식품 창업주 안도 모모후쿠는 재활을 위해 획기적인 제품 출시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면(麵)에서 수분을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해 몇 년째 고민 중이었다. 어느 날 아내가 튀긴 덴푸라의 튀김옷 수분이 날아가는 걸 보고 무릎을 쳤다. 그 아이디어로 면을 튀기기 시작했다.

라면의 길은 1958년 이렇게 열렸다. 문을 닫았던 닛산식품이 유탕면에 닭뼈 육수를 첨가해 ‘치키라멘’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다. 선풍적인 인기로 모모후쿠는 부를 거머쥐었다. ‘물고기를 원한다면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주면 되지만, 라멘은 아무것도 가르칠 필요가 없다.’라는 말로 간편식임을 강조한 그는 96세로 사망하는 날까지 매일 라멘을 먹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 라면이 들어 온 것은 1963년이다. 당시 보험회사를 운영하던 전중윤이 일본 연수를 갔다 라면을 접한다. 먹을 것이 궁했던 당시 사정과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닛산식품에 제조법 전수를 부탁했다 거절당했다. 그러자 경쟁사인 묘조식품을 찾아 제조 공장 설비 2기를 사들이는 조건으로 제조법을 얻는다.

당시 라면 가격은 봉지당 10원으로 짜장면 20원에 비하면 꽤 비쌌다. 그래서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는 등 귀한 대우를 받았다. 그러자 당시 우후죽순 회사들이 등장했다. 70년대 무렵 삼양과 롯데(농심)만이 남게 되고, 80년대 야구르트(팔도라면)와 청보식품이 나섰다가 1987년 오뚜기식품이 청보를 인수해 진라면을 내놓고 있다. 몇년 전 하림이 프리미엄 고급 라면을 출시했으나 실적은 미미하다. 라면이 서민 음식이라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다.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2020년 세계라면협회에 따르면 1인당 한 해 80여 개를 먹는 세계 1위이다. 국가 소비 41억 3천만 개로 8위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이 463억 5천만 개로 1위, 124억 6천만 개의 인도네시아가 2위, 그 뒤를 베트남, 인도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한때 허기를 달랬던 라면은 한류를 타고 폭풍 성장을 했다. 스위스 융프라우는 물론 남극에서도 신라면은 필수 먹거리였다. 특히 매운맛을 앞세워 1986년 시판된 신라면은 중국에 짝퉁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이다. 덕분에 농심의 주가도 고공 행진했다.

그랬던 농심의 아성이 최근 무너졌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에 밀린 것이다. 2024년 삼양의 영업이익이 3,442억원으로 농심보다 두배 이상 높다. 만년 2위에서 다시 1위로 복귀한 원조 라면가 삼양의 기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하여튼 두 회사의 경쟁이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 되었으면 한다.

/김판용(시인‧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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