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글로벌 리포트] 억압 속에서도 자유 향한 투쟁과 인간애 피어나

카불, 천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억압과 절망 속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
하지만 마리암의 희생이 라일라에게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듯,
여전히 여성 운동가들의 활동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16일 14시29분

아프가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는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확립했다. 이 작품은 아프가니스탄의 복잡한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극적이고도 감동적인 인간 드라마를 펼쳐 보이며, 특히 서구 독자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소설은 마리암과 라일라 두 여성의 삶을 통해 그들이 겪는 비극과 인내, 용기를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아프간 여성들의 실제 삶을 현실적으로 조명했다고 평가받았다.

작품의 서사는 두 여성의 삶을 교차하여 전개한다. 두 여성은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여성 모두 라시드라는 아프가니스탄 남성의 부인이 되면서 운명이 얽힐게 된다. 첫 번째 여성인 마리암은 헤라트 출신으로 불법적인 관계에서 태어난(1959 출생) ‘하라미’로 사회적 낙인과 차별 속에서 고단한 삶에서 출발한다. ‘하라미’는 한국어로 ‘불손한 서자 출신’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그녀의 삶은 아프가니스탄 사회내에서도 가장 낮은 지위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두 번째 여성 라일라(1979 출생)는 카불 출신으로 비교적 자유롭고 페르시아의 문학 교육을 받은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내전으로 인해 비극적 사건들이 연속으로 발생하고 라일라 역시 마리암과 같이 라시드의 부인이 되는 운명에 빠지게 된다.

소설 속에서 라일라의 삶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 계기는 그녀의 오빠들이 판지시리의 사자 ‘아흐마드 샤 마수드’(이하 마수드)가 이끌던 저항군에 합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소설에서 라일라의 오빠들은 판지시리 계곡의 사자 마수드와 함께 탈레반에 맞서 싸웠으며, 이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격렬한 양상을 반영한다. 특히 1992년 카불을 둘러싼 내전은 여러 군벌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벌인 싸움이었고, 라일라의 가족 역시전장에서 오빠들이 목숨을 잃는 이 전쟁에서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고 그녀의 어머니는 깊은 슬픔에 빠지고 가족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후 카불은 지속적인 포격과 혼란 속에 빠져들었고, 결국 라일라의 부모님은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하여 파키스탄으로 피난을 결심한다. 그러나 그들이 떠나는 아침, 폭탄이 집을 덮쳐 라일라의 부모가 사망하고 라일라는 라시드로 부터 구조를 받고 그의 부인이 되는 삶을 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처럼 라일라의 운명은 마수드와 탈레반 간의 내전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휩쓸리며, 그녀가 본의 아니게 라시드의 두 번째 아내가 될 수 밖에 없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파괴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흐마드 샤 마수드는 아프가니스탄 내전의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이다. 소련의 점령과 탈레반 정권의 등장 모두에 맞서 싸운 저항 지도자였다. 그는 타지크족 출신으로, 판자시르 계곡을 근거지로 하여 무자헤딘을 조직하고 강력한 군사적 전략을 펼쳤다. 판자시르 계곡은 지형적으로 험준한 산악 지역으로, 군사적 방어에 매우 유리한 요충지였다. 이곳은 소련의 침공 당시에도 무자헤딘 세력의 주요 거점이었으며, 마수드는 이곳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소련군을 효과적으로 물리쳤다. 소련군은 1980년대 동안 판자시르를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마수드의 뛰어난 전술로 인해 번번이 패배를 거듭했다. 특히 그는 주민들과의 협력을 중요시하며, 판자시르 계곡 내에서 자치 행정을 운영하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소련 철수 이후, 마수드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려 했으나, 여러 군벌 간의 권력 다툼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1992년 카불을 점령한 이후, 그는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었지만, 헤크마티아르와의 갈등으로 인해 수도는 계속해서 전쟁터가 되었다. 결국 탈레반이 1996년 카불을 장악하면서 마수드는 판자시르로 후퇴하여 북부동맹을 결성하고 다시 저항을 시작했다.

탈레반은 1990년대 초반 아프가니스탄에서 등장한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으로, 파슈툰족 출신의 성직자들과 학생들(‘탈레반’은 파슈토어로 ‘학생들’을 의미함)에 의해 조직되었다. 탈레반의 기원은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이에 저항한 무자헤딘 전사들의 역사적 맥락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련 점령기에 미국,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지원을 받은 무자헤딘 세력은 소련군과 싸우며 이슬람주의적 이념을 강화해 나갔다. 1989년 소련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정치적 혼란과 내전에 휩싸였고, 무장 군벌들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대립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에서 출발하여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게 된다.

탈레반의 창설자는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로, 그는 소련과의 전쟁 당시 무자헤딘 전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오마르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신학교(마드라사)에서 이슬람 율법을 공부했으며, 무장 군벌들 간의 끝없는 내전과 무질서 속에서 새로운 이슬람 통치 질서를 세우겠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그의 사상적 기반은 디오반디 학파의 엄격한 이슬람 해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와하비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탈레반은 등장 초기, 내전에 지친 아프가니스탄인들에게 질서를 회복할 대안으로 보였다. 1994년 칸다하르를 점령한 이후, 탈레반은 부패한 군벌들을 몰아내고 강력한 이슬람법(샤리아)을 시행하면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1996년에는 수도 카불을 장악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통치하기 시작했다.

탈레반의 통치는 잔혹했으며,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이 극심했다. 마수드는 이에 맞서 싸우며, 여성 교육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탈레반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서구 사회에서도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가 되었다.

2001년 9월 9일, 마수드는 알카에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암살당했다. 이는 9.11 테러가 발생하기 이틀 전이었으며, 마수드는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위협을 미국과 서방에 경고했던 인물 중 하나였다. 그의 죽음은 아프가니스탄 내 저항 세력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며,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탈레반 정권 붕괴로 이어지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는 몰락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 다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서방의 아프가니스탄 재건 노력이 난항을 겪으면서 탈레반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영향력을 키웠다. 그러자 다시 2021년, 미군 철수와 함께 탈레반은 빠르게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현재 탈레반은 과거보다 온건한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 교육 제한, 언론 통제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원한다고 주장하지마, 내부적으로 강경 이슬람 통치를 현재에도 유지하고 있다.

“카불의 거리는 지쳐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슬픔이 서려 있었다. 그러나 밤하늘 아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빛나듯,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이브 타브리지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의 책 제목은 17세기 페르시아 시인 사이브 타브리지의 시 「카불」에서 유래했다. 이 구절처럼,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적인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 속 마리암은 희생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며, 끝내 라일라와 그녀의 아이들에게 자유를 선물한다. 그녀는 라일라와 아이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라시드를 죽이고, 스스로 사형을 받아들이며 희망을 위한 길을 연다. 이는 한 개인의 희생이 공동체의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다.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억압과 절망 속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잃고 있다. 하지만 마리암의 희생이 라일라에게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듯, 억압 속에서도 자유를 향한 투쟁과 인간애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여성 운동간들의 활동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동안 카불은 살기 힘든 곳이며, 전쟁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시 속에는 찬란한 태양을 향한 경외감이 있었다. 역사의 한복판에서 다시금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새전북신문 기자의 최근기사

[글로벌 리포트] 억압 속에서도 자유 향한 투쟁과 인간애 피어나

[사설] 하계올림픽, 전국적 공감대 형성 로드맵 추진해야

[온누리]그 해 무더운 여름, 그리고 나를 위한 발걸음

[사설]교육감 하차, 좋은 정책은 이어졌으면

[삶의 향기]마음먹기가 바꾸는 몸과 삶의 기적

[사설]전주 완주 통합, 대화조차 거부한대서야

[사설] 힘겨워하는 청소년의 외침에 귀기울여야

[사설] 장마 피해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사설]올림픽 유치, 정부 지원 끌어내는 게 우선

당쟁의 희생양이 된 정여립의 생가는 어디일까

[기고]지구촌 경제문제의 해법을 찾아서

Leave a Comment

많이 보는 기사

국가유산청·완주군의 국가유산활용사업 마무리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 국가유산 관리 현장직무훈련 시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