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도지사 시·군 방문, 지역갈등에 '가시밭길'

-완주 방문 앞두고 긴장감, 전주권 통합 논란에 문전박대 우려
-군산은 새만금 분쟁에 말싸움, 익산은 철도망 갈등에 낯 붉혀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2월 16일 15시17분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의 연초 시·군 방문이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는 모습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반복되는 연례행사란 이름을 무색케 이런저런 지역사회 갈등 탓에 참석자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이거나 낯을 붉히는 등 이례적인 일이 잇따르고 있다.

험난한 여정은 지난 4일 찾아간 군산시에서 시작됐다. 군산은 김 지사가 나고자란 고향이자 정치적 뿌리를 둔 곳이라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기대됐다.

하지만 수많은 주민이 참석한 군산시민과의 대화 중 말다툼에 휘말리고 말았다.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이 뒤엉켜 십수년째 반복중인 새만금 행정구역 귀속지 분쟁, 이 가운데 내년 하반기 개항을 앞둔 새만금 신항 운영방식이 화근이 됐다.

현재 군산시측은 새만금 신항을 군산항의 부속 항만처럼 통합 운영하는 원포트 방식을, 김제시측은 두 항만을 별개로 보고 따로 운영하는 투포트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향후 귀속지를 결정할 때 서로 유리한 구도로 끌고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북자치도의 경우 최근 해양수산부가 요청한 의견서 제출에 앞서 전문가 자문위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지만 그 결과를 비공개에 부쳤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 탓이다.

이를 문제삼은 서은식, 김영일 군산시의원은 시민과의 대화 중 ‘무능한 도지사’, 또는 ‘거짓말 하지말라’며 언성을 높였고, 발끈한 김 지사 또한 ‘이상한 사람’이다거나 ‘누가 거짓말 했냐’며 맞받아쳤다.

순간 싸늘해진 시민과의 대화는 파행 속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 같은 분위기는 6일 익산시민과의 대화로도 이어졌다.

익산의 경우 전주권 숙원사업인 전주~광주선 철도 건설사업, 즉 익산역에서 환승할 필요가 없는 전주역~김제역간 직통노선 구축계획이 도마에 올랐다. 전북자치도는 올 하반기 확정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26∼35년)에 그 반영을 건의한 상태다.

이경우 전주~광주간 주행시간이 크게 단축돼 인적, 물적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다. 반대로 호남권 교통허브, 특히 철도망을 디딤돌 삼아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익산시에는 찬물을 끼얹은 꼴이다.

김용균 익산애향본부장은 이를 놓고 “전주~광주선 철도는 호남의 철도교통 관문인 익산역을 고사시키는 것이자 지역사회 발전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고, 김 지사는 곧바로 “(KTX 전용선로가 아닌) 옛 철도 노선을 활용한다면 편의성을 제고하고 추가 수요도 만들 수 있지 않겠냐”며 진화하려 했지만 현장은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다음달 13일 예정된 완주군 방문길은 한층 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찬반론이 팽팽히 맞선, 더욱이 김 지사의 공약이기도 한 전주권 통합 논란 때문이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해 7월말 완주군민과의 대화차 완주군을 찾았다가 전주권 통합 반대론을 들고 일어선 주민들과 군의원들 저지에 가로막혀 행사장에 들어서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문전박대’를 당한바 있다.

최근 상황은 그때보다 더 악화된 것 같다는 현지 정관가의 얘기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다음달 완주군 방문길도 문전박대가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한다.

전북자치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전주권 통합 촉진용 ‘전북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안’이 오는 21일 본회의 상정이 예고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완주에 지역구를 둔 윤수봉, 권요안 도의원은 지난 13일 큰 논란 끝에 해당 조례안이 상임위를 전격 통과하자 곧바로 삭발 결의식을 갖고 결사반대를 거듭 다짐했다.

두 의원은 “굳이 (전주권 통합 찬반) 주민투표 직전 상생조례를 만드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본회의에서 반대토론을 통해 상생조례를 부결시키고 밀어붙이기식 통합도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간 갈등을 부추기는 김관영 도지사는 그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도 목청을 높였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지막 연초 시·군 방문을 이어가고 있는 김 지사의 정치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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