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호남발 수도권행 송전망 구축 급제동

권익위에 이어 법원도 입지선정 절차상 문제삼아 효력정지
전북-충남 주민들 "한전은 즉각 사과하고 원점 재검토하라"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2월 20일 16시31분

전북과 충남 송전선로 반대대책위 대표자들이 20일 금산군청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 대책위 제공

국민권익위에 이어 법원도 이른바 ‘에너지 식민지화’ 논란을 촉발한 호남발 수도권행 전력망 구축사업을 놓고 그 입지선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동 걸었다.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8일 대전지법 제24민사부는 전북과 충남 주민 1,700여 명이 제기한 신정읍~신계룡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둘러싼 1단계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건에 대해 원고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23년 12월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입지선정위원회의 ‘송전선로 최적경과대역의 결정’ 안건에 관한 결의의 효력을 그 무효확인 청구사건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정지한다”고 주문했다.

따라서 문제의 사업은 일시 멈춤과 함께 빠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법정다툼(본안 소송)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민들은 한전이 입지선정위를 구성하면서 전체 3분의2 이상 돼야할 주민대표를 충족하지 못한 점, 일반 주민으로 보기 힘든 공무원이나 지방의원까지 주민대표 자격으로 포함시킨 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전북과 충남 반대대책위는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박범석 금산대책위원장과 박성래 완주 송전탑백지화추진위원장 등 양측 대표자들은 20일 금산군청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가 입지선정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그 재검토를 주문한데 이어 대전지법도 반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제 입맛대로 사업을 추진해온 한전에 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면서 “한전은 즉시 사과와 함께 사업을 무효화하고 처음부터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선례도, 판례도 없는 송전선 무효 가처분 소송에서 반대 주민이 승리한 것은, 한전의 주민주도형 입지선정위원회가 허울뿐인데다 명백한 법적,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며 “한전이 판을 짜놓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부정 선수까지 끼워넣은 불법적인 판이었던 사실이 드러난 만큼, 최적 경과 대역을 3구간으로 나누고 각개격파식으로 밀어붙이는 2단계 입지선정위원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와 한전은 부안군, 고창군, 신안군 일원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산업단지에 공급하는데 필요한 초고압 철탑을 전북, 전남, 충남 일원에 대거 건설하겠다는 문제의 ‘신정읍~신계룡’ 송전망 구축계획을 내놔 파문을 일으켰다.

게다가 말많고 탈많은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1·2호기 수명연장을 전제로 한 ‘신장수~무주 영동’ 송전망 건설계획까지 추가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은 설계수명(40년)을 다해 각각 올 12월과 내년 9월 폐로가 예정된 문제의 원전 수명을 10년씩 연장하는 행정절차를 진행중이다. 고창과 부안 등 방사선비상계획구역(EPZ·반경 30㎞) 거주민들은 그 백지화를 요구하며 맞선 상태다.

여기에 호남권은 송전망이 포화 상태란 이유를 들어 오는 2031년까지 재생에너지 신규 허가마저 제한해 민간 발전사업자는 물론 그 부품소재나 설비 제작사들까지 야단났다.

지역 정치권 또한 이를 싸잡아 “마치 지방을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화 하려는 것과 같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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