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무차별적 부정선거 음모론은 민주주의 부정행위”

선관위, 탄핵정국 속 투표 조작설과 중국 배후설 등 음모론 확산 경계
새마을금고선거와 지방선거 등 앞두고 선거제도 신뢰성 훼손 우려 커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2월 24일 14시00분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누굴 뽑느냐에 따라 내 삶을 바꿀 수 있고 나라도 바꿀 수 있어서다.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피청구인측은 줄곧 12.3비상계엄 발령 사유 중 하나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금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당장 올 3월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가 치러지는데 이어, 헌재의 탄핵 인용시 5월께 조기 대선과 7월께 전주권 통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예상되는데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등 크고작은 선거가 줄줄이 예정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중요성은 한층 더 클 수밖에 없다.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깨지면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에따라 일부 정치권과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싼 진위 여부를 전북특별자치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들어봤다.

“국정원의 전산시스템 보안점검 거부?…전면 허용”

우선, 부정선거론자들은 지난 2023년 국정원이 보안컨설팅을 진행할 때 중앙선관위는 그 점검에 불응한 채 전체 정보기술(IT) 장비 6,440대 중 약 5%(310여대) 가량만 허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이를놓고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했다. 당시 보유하고 있던 서버 중 미사용 장비 10여 대를 제외한 모든 접근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보안컨설팅팀은 주요 시스템과 장비 300여 대만 선정해 점검한 것이란 얘기다.

“해킹으로 선거 데이터 조작?…지나친 논리 비약”

의혹 제기자들은 국정원의 보안컨설팅 당시 선관위 서버 방화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 해킹을 통해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 반박했다. 당시 선관위는 보안컨설팅팀에 시스템 구성도, 정보자산 현황, 시스템 접속관리자 계정을 사전에 제공한데다, 자체 보안시스템 또한 일부 적용하지 않는 식으로 모의 해킹을 한 것이란 설명이다. 즉, 실제로 해킹을 통해 데이터를 조작하려면 선관위 직원 다수가 조직적으로 가담해 시스템 관련 정보를 해커에게 제공하고, 보안시스템을 불능상태로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작한 값에 맞춰 실물 투표지를 바꿔치기 해야만 한다는 것으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사전투표 서버 해킹?…해킹 못하는 폐쇄망”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 제도는 누가 몇 명이 투표했는지 알 수 없는데다, 서버에 접속해 허위로 사전투표자 수를 부풀려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이또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박이다. 사전투표 통신망은 국가정보 통신망이나 일반 인터넷망과 분리된 폐쇄망이라 다중의 보안체계를 뚫고 통합명부시스템에 접근해 사전투표자 수를 조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정선거라 여러곳 득표율 비슷?…일부 지역만”

음모론자들은 지난 2020년 4월 치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인천, 경기지역 사전투표 결과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간 평균 득표율이 일정하게 63% 대 36% 가량을 보인 것은 부정선거의 증거란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일부 지역뿐이란 선관위측 반박이다. 실제로 대구의 경우 양당 후보자간 득표율은 음모론과 반대로 39.21 대 60.79, 경북은 33.50 대 66.50, 울산은 51.85 : 48.15를 보이는 등 지역마다 달랐다. 전국적으로 살펴본다면 총 253개 선거구 중 음모론자들이 내세운 63 대 36 비율은 단 17개(6.7%) 선거구에 불과했다.

“투표지 위조?…대법원은 단순한 기계적 오류 판결”

이른바 일장기(뭉개진) 투표지, 또는 빳빳한 투표지 등 투표지를 위조해 선거를 조작했다는 부정선거론도 퍼지고 있다. 일장기 투표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인천 연수구을 송도2동 제6투표소에서 1,974표의 당일 투표지 중 1,000장이 뭉개져 있었다는 점, 빳빳한 투표지는 같은 선거 때 재검표가 실시된 6곳에서 마치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 묶음이 발견된 점 등을 문제삼았다.

선관위는 2022년 7월 대법원의 관련 판결문을 인용해 이 같은 투표지 위조 의혹은 사소한 실수, 또는 단순한 기계적 오류 등의 문제로 밝혀져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이 이미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거연수원서 중국인 해커 무더기 체포?…우리 공무원 연수”

음모론자들은 부정선거 배후가 중국이란 의혹도 설파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론 12.3비상계엄 때 선거연수원에서 숙박중이던 중국인 해커 90명이 무더기로 체포된 뒤 일본 오키나와 미군 부대로 끌려가 부정선거를 자백했다는 의혹이 꼽힌다.

선관위는 이를놓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계엄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숙박하던 사람들은 5급 승진자 교육과정과 6급 보직자 교육과정에 참여한 선관위 공무원 88명과 외부강사 8명뿐이었고 계엄군은 그 청사 내로 진입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이밖에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우리나라의 전자 투개표기를 수입한 국가들은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등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했는데, 선관위는 이를 허위사실로 규정한 채 최근 경찰에 명예훼손과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과 전혀 다른 사안을 가지고 부정선거 의혹을 퍼뜨리는 것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만 앞세워 객관적 사실이 아닌 것을 마치 사실인것처럼 부정선거 의혹을 유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를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 생각한다”며 “무차별적인 의혹을 제기하기에 앞서 사실 관계부터 확인하고, 일반 시민들 또한 그런 의혹에 대해선 사실 관계를 교차 확인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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