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지석마을 주변 고인돌 군의 천문학적 및 지리적 특성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24일 15시05분

전북 고창군 대산면 지석(支石)은 마을 주변에 고인돌이 많아 그 이름이 붙여진 지명이다. 이 마을 주변에는 고인돌 군이 세 군데에 걸쳐 분포하고 있는데, 특히 이들 고인돌 군은 각기 다른 지리적 위치와 천문학적 특성에 따라 독특한 배치와 배열을 보여준다. 마을 앞에 위치한 진주정씨 묘역에는 두 기의 고인돌이 있어 이를 '지석리 고인돌 나군'이라고 부르며, 마을 북쪽 구릉에는 다섯 기의 고인돌이 있고, 동쪽 구릉에는 아홉 기의 고인돌이 각각 위치해 있어 이들을 각각 '지석리 고인돌 가군'으로 구분한다. 특히 이들 고인돌 군은 모두 마을을 기준으로 삼각형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

지석리 고인돌 나-1은 바둑판식 고인돌로, 세 개의 받침돌이 확인되며, 고인돌의 형태는 불규칙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이 고인돌의 중심축은 정확하게 40°에서 220°의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덮개돌 위에는 성혈이 새겨져 있다. 비록 이 성혈이 어떤 특정 별자리를 의미하는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장축이 이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방청룡과 남두육성을 비롯한 별자리들 패턴으로 추정된다. 또한, 220° 방향으로는 대마면의 무재봉이 위치해 있다. 지석리 고인돌 나-2는 나-1과 비슷한 형태를 띤 바둑판식 고인돌로, 역시 세 개의 받침돌이 있고 불규칙한 직사각형 형태이다. 이 고인돌의 덮개돌 위에는 일곱 개의 성혈이 새겨져 있으며, 이 고인돌은 시간이 지나면서 원래 위치를 잃었다.

마을 북쪽 구릉에 위치한 다섯 기의 고인돌 중 두 기는 농경 활동으로 인해 훼손되었으며, 한 기는 일부 이동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훼손되지 않은 두 기의 고인돌은 장축이 동지 일출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어, 이 방향에서 동지 일출이 발생할 때 월랑산의 봉우리와 일치한다.

마을 동쪽 구릉에 위치한 아홉 기의 고인돌은 남쪽에 일곱 기, 북쪽에 두 기가 있다. 이들 고인돌 중 일부는 농로 개설과 농경 과정에서 훼손되었지만, 고인돌들이 북두칠성을 형상화한 배열이다. 고인돌의 북두칠성 배치는 여러 곳에서 보이는 배치 특성이다. 이러한 고인돌 배치는 칠성암, 칠성바우, 칠암, 두암, 칠성재 등으로 불리며, 고대 사람들의 별에 대한 신앙을 실천적으로 표현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고인돌 가군의 북쪽에 위치한 가-1과 가-2 고인돌은 춘추분의 일출 방향에 맞춰 배치되어 있다. 특히 가-2 고인돌의 덮개돌에는 12개의 성혈이 새겨져 있으며, 이는 춘분 전후의 별자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고인돌들이 춘추분의 일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위치는 농경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의례와 연관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인돌은 태양의 이동과 별자리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것을 농업과 연결하려는 고대 사람들의 지혜와 신앙을 엿볼 수 있다. 두 고인돌 간의 관계는 동지 일출과 하지 일몰 방향으로 배열되어 있어, 일 년의 중요한 시점들을 천문학적으로 기준 삼았음을 보여준다.

지석리 가-3 고인돌은 크기와 형태에서 다른 고인돌들과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 고인돌은 장축이 450cm, 단축이 210cm, 두께가 40cm로, 상당히 크며 네 개의 받침돌을 가진 탁자식 고인돌이다. 중심축은 170°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으며, 장축이 155°에서 170° 사이의 방향을 이루는 형태는 전형적인 별자리 관측 패턴을 따르고 있다. 이 고인돌의 동남쪽 끝에는 13개의 성혈이, 북서쪽 끝에는 15개의 성혈이 새겨져 있다. 이는 고수 무실고인돌에서 확인된 동방청룡 별자리와 유사한 패턴이 북서쪽 끝에 새겨져 있다.

지석마을 주변의 고인돌들은 단순한 유적물이 아니라, 고대 사람들이 사용한 천문지리적 배치 원리에 따라 정교하게 배열된 구조물이다. 고인돌 간의 관계를 통해 고대인들이 별자리와 태양의 이동을 어떻게 인식하고 그것을 실제 삶에 어떻게 적용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이며, 고대인의 세계관과 그들이 생활한 방식, 그리고 그것이 농경과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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