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경제와 미래]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2월 24일 16시00분

두보와 함께 중국 한시 문학의 양대산맥인 이태백은 술과 달을 매우 사랑했다. 이태백은‘월하독작'에서 술과 달그림자를 노래하였고, 야사에 의하면 강에서 뱃놀이를 하다 물에 비친 달을 보고 그 모습이 한없이 아름다워, 술김에 홀리듯이 물속의 달을 향해 뛰어들어 죽음을 맞았다고 한다.

이태백의 시가 1,300여년이 지난 2025년 2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법정에 소환되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은 헌재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 체포 지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시를 했니, 받았니 하는 얘기들이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발언했다.

윤석열의 발언은 당시 계엄 상황에서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강조하며, 관련 의혹을‘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처럼 실체 없는 대상을 헛되이 쫓은 것으로 희화화하려는 가증스러운 수작이다.

윤석열은 계엄 당일,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언론인 김어준 등 주요인사들을 체포하여 수방사 B-1 벙커에 구금하고, 국회 본청의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하였다.

그날 모든 국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으로 치떨리는 밤을 보냈고, 전 세계는 그 공포의 밤을 생중계로 시청하였다.

그날 그 공포의 밤을, 국회의원들을 잡아가기 위해 무장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던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던 그날 밤을, 내란수괴 윤석열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불리웠던 작자가 “실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와 같다”는 술주정꾼 같은 말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며 거짓말들을 늘어놓았다.

필연은 우연의 또 다른 말이다. 여러 우연들이 모여 필연을 만든다. 윤석열의 내란음모가 실패한 것은 여러 우연이 모여서 기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호수 위에 달그림자 같은 허상이나 쫓으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헛소리를 하지만, 대한민국의 위대한 시민들이 역사의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처절하게 저항하였다.

12월 3일, 10시 28분에 계엄이 선포되었다. 그날 계엄군이 탄 특전항공대의 헬기가 기상악화로 11시 48분이 되어서 국회에 도착하였다. 이때는 이미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있었고,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국회 본청 내부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기상상태가 좋아 계엄군의 헬기가 국회의원들보다 먼저 국회에 도착했더라면 지금의 평온함이 있었을까.

현장에 있던 경찰들과 계엄군들은 소극적인 자세로 태업을 했다.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국회의원들을 체포하는 일이 그들에게는 부끄럽고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계엄군이 국회를 향해 총을 쏘았더라면...

장갑차 앞을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 젊은 군인들에게 부모 된 심정으로 외쳤던 어머니들도 기적을 만들었다. 외신을 비롯한 깨어있는 언론들은 현장을 생중계하며 윤석열의 내란을 전세계에 타전하였다. 그날 시민들과 언론인들이 국회로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윤석열은 계엄의 명분을 만들려고 북한의 전쟁 도발을 여러 차례 유도했지만, 북한은 윤석열의 도발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윤석열의 의도대로 전쟁 도발을 하였더라면...

지난 20일, 윤석열의 헌재 탄핵심판 10차 변론이 끝났다. 윤석열은 10차례에 걸쳐 거짓말과 괴변을 늘어놓았다. 모두 부하들이 했고, 윤석열은 잘못이 없단다. ‘계엄령'이 아닌 ‘계몽령'이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자기의 지시를 수행한 부하들은 사지에 몰아넣고 자기만 살려고 몸부림친다.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참으로 못났고 한심하다.

순간순간의 우연들이, 민주주의가 위협받던 순간에 분연히 일어났던 시민들이, 집단의 지성들이 모여 대한민국 역사의 후퇴를 막아냈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하였으며, 이제 곧 탄핵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벚꽃이 흐드러질 무렵, 아니면 장미꽃이 만발할 무렵에 우리는 ‘호수 위의 달그림자’나 쫓는 술주정꾼 대신에 대한민국의‘회복과 성장’을 위해 헌신할 우리의 새로운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국회의원 이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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