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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시인의 진솔한 3월 이야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3월 06일 13시54분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지은이 김용택, 펴낸 곳 난다)'는 진솔한 3월 이야기가 소개된다.

열두 시인의 열두 달 릴레이. 2024년 매월 매일 하나의 이름으로, 365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로 꼭 채워온 시의적절 시리즈 2025년 3월의 주인공은 김용택시인이다. 1월이 가고 2월이 가고 이제 우리 나이 일흔여덟 살의 3월로 돌아온 김용택. 임실의 진메마을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그곳에 살며 섬진강을 걷는 그다. 시인은 꽃들을 따라다니며 작은 생명들 곁에 엎드려 시를 쓴다.

죽은 가지는 부러뜨리고 마른 풀은 쓰러뜨리는 차고 힘찬 바람이 부는 3월. 잡목 숲 실가지들의 색깔이 달라지고 딱따구리들이 나무 쪼는 소리가 많아지는 봄. 그것은 나무껍질이나 썩은 나무 속에 벌레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는 뜻이다('새들'). ‘헌옷을 벗고 내 몸에 맞는 새 옷을 입은 듯 삶이 홀가분해진’('무채색') 기분으로 ‘실가지 끝에 맺혀 추운 겨울을 지내온 꽃눈과 잎눈’('새')이 기지개를 켜는 봄. 키도 작고 꽃은 더 작은 냉이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한쪽 얼굴을 땅에 대고 ‘우리 마을의 예쁜 것’('우리 마을에 예쁜 것들은 다 나한테 들킨다')을 발견하는 시인에게서 천진한 연두를 본다. 동시와 시가 도합 11편, 아포리즘 4편, 나머지는 일기로 구성했다. 시인의 일기는 어깨에 힘을 주지 않은 자연으로 그 자체가 시이거나 아포리즘이다. 일기와 시의 구분이 없는 시인의 일상이어서 귀하다. 이러하니 시의적절이랄까.

노동은 몸을 써서 하는 일, 허리와 팔과 다리를 무리하고 가혹하게 쓰는 일이다. 옛날 어른들이 내 몸이 쇠였다면 진즉 다 닳아져버렸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쇠보다 더 강한 것이 사람의 몸뚱이다('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며 평생을 자연 에서 사신 시인의 어머니는 다닥다닥 달린 콩을 따면서 말씀하셨다. 콩 한 개를 심어 이렇게 콩이 다닥다닥 열렸는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못산다고 아우성이라고. 자연과 내가 한몸이고 하나의 핏줄로 이어졌음을 자각하면 그것이 상생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나는 저 앞산을 끝내 모르리라'). 아무리 좋은 집을 지어도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의 집’이 없으면 무슨 소용일까('그러나 사람보다 큰 책은 없다').

‘가난과 약함과 슬픔에 한없이 고개 숙여지고 약해지는 나를 본 날’ ‘마음과 마음이 닿아 사랑을 불러내고 사랑이 닿아 눈물이 오고 눈물이 기쁨이 된다’('기분 좋은 맛을 우려내준 슬픔'). 그에게 시는 반짝이지 않고 지긋한 것. 너무 깊고 깊은 데 있어 손은 닿지 않고 영혼만이 길어올 수 있다('시인에게 죽은 것은 하나도 없다'). 자기처럼 보이지 않는 작은 비가 와야 받아드는 이끼꽃. 자기 힘으로 들고 있을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무게를 받아 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자연은 휘어지지 않을 고통의 특이점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할머니가 꽃을 혼낸 날'). ‘얼마나 작은 일로 우리는 생사를 건 씨름을 하는가’('첫발') ‘겨울날 아침 펑펑 내리는 눈송이만큼 중요하지도 않는 것으로 싸우고 죽는 우리’('봄 물소리처럼 가난하게 서보자')에게 이 한 권의 봄은 선연한 슬픔으로 아름답다. 환히 웃으며 경쾌히 뛰어가는 모습을 담은 표지 사진은 장우철 작가의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논산'(2015)이다. “문학을 왜 하는가? 살아야지. 죽어도 괜찮다는 하루를 나는 그냥 살 뿐이다. 내게 문학은 최고의 삶을 사는 일이다”(153쪽)/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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