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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삼각형의 부채꼴형 천문대 고인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4월 28일 16시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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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신림과 성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는 ‘두모치’ 또는 ‘갈록치’라고 불린다. 이 고개를 지나다 보면 길가에 커다란 바위가 하나가 있다. 이 길을 지나면서도 그 바위를 볼 때마다 ‘저 바위는 자연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일부러 옮겨 놓은 것일까?’ 처음에는 그냥 커다란 돌멩이겠거니 하고 지나쳤지만, 그 바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차에서 내려 바위를 살펴보았다. 나침반을 꺼내 들고 바위의 방향을 확인해 보면서 여러 가지를 분석해 보았다. 그 결과, 나는 이 바위가 단순한 자연석이 아니라, 사람이 의도적으로 옮겨 놓은 ‘고인돌’일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 바위가 고인돌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이 바위는 주변에 비슷한 형태의 바위가 거의 없다. 만약 자연적으로 생긴 바위라면, 주위에도 비슷한 돌들이 흩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이 바위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 힘들게 옮겨 와서 일부러 세워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큰 바위를 옮겨 놓았을까? 그것은 단순히 돌을 놓은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를 담아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배치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 바위가 놓인 방향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곳에서는 동북쪽으로 깊은 골이 이어져 있으며, 그 방향을 따라가 보면 하지의 일출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옛날 사람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여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바위가 단순히 무작위로 놓인 것이 아니라, 태양의 일출을 관찰하기 좋은 위치에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바위가 자리한 곳에서는 춘분과 추분, 하지, 동지와 같은 태양의 움직임과 관련된 중요한 방향들이 주변의 산들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처럼 북반구에 있는 지역에서는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이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 여름에는 태양이 동북쪽에서 떠오르고, 봄과 가을에는 정동쪽에서 떠오르며, 겨울에는 동남쪽에서 떠오른다. 그런데 이 고인돌에서 각각의 태양이 뜨는 방향을 보면, 신기하게도 주변에 있는 산들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바위에서 동지 일출 방향을 보면, 해발 350m의 옥녀봉이라는 산이 있다. 또한, 하지 일출 방향에는 봉양마을의 주산(해발 190m)이 자리하고 있다. 춘분과 추분, 즉 봄과 가을의 일출 방향을 보면, 옥녀봉의 북쪽 끝자락이 그 방향에 놓여 있다. 반대로 해가 지는 방향을 보면, 신림 구산마을의 주산인 구산(해발 150m)과 연결된다. 이처럼 고인돌은 단순히 큰 돌이 놓인 것이 아니라, 태양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배치된 것이다. 고인돌을 만든 사람들은 단순히 큰 돌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천문학적인 의미를 담아 놓았다.

이 고인돌의 형태 또한 흥미롭다. 대부분의 고인돌은 네모난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지만, 이 고인돌은 부채꼴 모양의 삼각형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삼각형의 꼭짓점이 서쪽을 향하고 있다. 이처럼 부채꼴 모양으로 삼각형을 이루는 고인돌은 종종 발견되는데, 이러한 형태의 고인돌은 춘분과 추분, 하지와 동지라는 네 가지 중요한 시기를 반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이 고인돌의 삼각형 중심축은 춘분과 추분을 의미하며, 동북쪽 빗변은 하지 일출 방향과 연결되고, 동남쪽 빗변은 동지 일출 방향과 연결된다. 하지만 지금은 오랜 세월 동안 땅이 파헤쳐지면서 고인돌이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원래의 정확한 천문학적 정렬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인돌이 고창 지역의 다른 고인돌들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고창 곳곳에는 아직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고인돌들이 남아 있다. 어떤 것은 논밭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어떤 것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지 못한 채 마을 표지석이나 생활공간의 일부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고인돌들은 아주 오래전,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그 의미를 새기며 남겨 놓은 중요한 유산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바위 하나에도, 선조들의 깊은 지혜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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