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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그 해 무더운 여름, 그리고 나를 위한 발걸음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6월 26일 14시38분

한바탕 거하게 쏟아진 비에도 7월 초 한낮의 무더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쏟아진 비로 인해 땀과 함께 끈적임이 심한 날이었다. 무덥고 습한 날임에도 우리가 대학 내 베이스캠프에서 줄곧 100여명 대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국토대장정 지역 의료지원팀이었기 때문이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토대장정은 매년 여름, 수많은 대학생이 하루 25~30km를 걷게 된다. 20박 21일 동안 약 600km를 걸어 전국을 횡단하는 대표적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프로그램이다. 한여름 더위를 뚫고 걸으며 스스로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젊은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나, 현재는 코로나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국토대장정의 지역 의료지원팀은 지역 내 대학 베이스캠프에서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대학생들을 기다리며 의료기구 정비와 의료 물품 등을 정리하였다. 기나긴 여름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즈음, 땀 냄새를 풀풀 풍기며 시커멓게 그을린 100여명 대학생들이 들어섰다. 쏟아져 들어온 학생들은 장시간 여름 햇살에 노출되어 지친 기색이 뚜렷했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베이스캠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먼저, 학생들과 관계자분들이 탈진과 열사병이 있는지, 발의 물집과 상처가 있는지 그리고 발목과 무릎 등에 문제가 있는지를 살폈다. 또한 힘들어 지쳐 우는 대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도 건네주었다. 이중 유독 발의 상처가 심한 학생이 있었는데, 걷기를 더 진행하였을 경우 심각한 의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국토대장정을 포기할 것을 권유하였다. 하지만 끝까지 완주하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학생을 보며, 발의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을 이 학생은, 지금쯤 사회의 구성원으로 또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국토대장정을 완주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시작되었고 지역 의료지원팀도 반나절 정도를 함께 걸었다. 이후 멀어져 가는 대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며 무엇을 맡겨놔도 전부 해낼 것 같은 든든함을 느꼈다.

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때론 크게 좌절하는 젊은 학생들을 많이 본다. 하지만 그들은 약 600km를 끊임없이 걸었기에 완주했었을 때의 가치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한 걸음, 그리고 한 걸음의 발걸음을 떼며 자신을 향한 뜨거운 질문을 남겼고, 오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땀과 상처 속에서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괴테의 말처럼, 진리는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속에 있다.

/이명인(원광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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