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막사발 실크로드’의 꿈을 이루지 못하다'

김용문, 전 완주 세계막사발미술관 관장 별세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06일 11시52분

도예가로 김용문 전 완주 세계막사발미술관 관장이 3일 별세했다. 향년 68세.

작가는 1982년 ‘토우전’을 시작으로 30차례 가까운 개인전을 열었다. 세계막사발장작가마 페스티벌을 창설해 수원과 오산 등 국내와 중국, 일본,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매년 열었다.

김용문이 천착하는 막사발은 우리 선조들이 밥그릇, 국그릇, 막걸리 사발 등 생활그릇으로 사용하던 것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찻잔으로 각광받았으며, 조선도공이 만든 막사발은 보물(이도다완:井戶茶碗)이 됐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는 막사발을 등한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용문은 묵묵히 장작 가마에 불을 지펴 막사발을 만들어 왔다.

홍익대에서 도자를 전공한 그는 1982년 경기도 대성리 ‘애장제’를 시작으로 ‘매장, 그리고 발굴전’(83), ‘옹·관·장전’(87), ‘만파식토전’(88) 등 토우를 이용한 사회참여적 행위 예술로 민중의 한을 달래 왔다. 90년 ‘두향제’를 끝으로 사라졌다가 98년 고향인 경기도 오산에서 ‘세계 장작가마 막사발 축제’를 열면서 다시 도예판에 돌아왔다.

하지만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수원에서, 서울에서, 전북에서, 경북에서, 중국에서, 튀르키예(구 터키)'에서 전국과 전 세계를 떠돌며 전시회와 막사발축제를 열었다.

그리고 2010년 아예 한국을 떠나 튀르키예 앙카라의 국립 하제테페대학에서 교수로 별세 전까지 근무했다.

튀르키예에 남아 갑자기 증세가 악화돼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고 말았다. ‘막사발 실크로드’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그가 운영한 완주 세계막사발미술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막사발의 세계화를 꿈꾸며 세계심포지엄, 국내외 작가 초청 기획 전시, 도예 교육 등을 통해 완주를 국내 유일의 막사발의 고장이자 각국 교수·작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왔다. 완주군은 삼례문화예술촌내에 임대해 준 미술관의 운영이 부실하다며 폐쇄 결정을 내렸다.

도예가 김용문의 ‘도판화와 도자기 타악기’ 초대기획전이 2018년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렸다.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를 이끌며 막사발실크로드를 개척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린 도판화와 막사발, 도자기 타악기 등을 선보였다.

그의 작업은 도자에 유약을 발라 손가락으로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지두문(指頭紋) 기법이 주된 특징이다. 그림은 역동적이지만 유약이 마르기 전에 빨리 작업을 마쳐야 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주로 큰 항아리, 막사발, 대형 접시 등에 그림을 그려왔지만 이번에는 약 30cm 크기의 정사각형 도판에 작업을 했다.

또, 토속적인 재료에 은은한 먹색과 적색, 녹색 등의 색채가 가미돼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색유리 조각을 녹여서 입체감과 다양한 형태감을 표현했다.

막사발 또한 그의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막사발은 조선시대 도공이 오랜 숙련 끝에 도달한 밥그릇, 국그릇”이라며, “2006년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기여도가 높은 콘텐츠를 선정하는 ‘한국 고유 100대 상징물’에 포함될 만큼 오랫동안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아 온 생활예술이다”고 했다.

전시에서는 해외 작가 크리스티나 피요루치(Cristina Fiorucci·아르헨티나)와 비르칸 악차(Birkan Akca·터키)가 만든 다르부카 도자기 타악기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도자기에 양가죽을 씌운 것으로 세 사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전시됐다.

그는 “막사발은 우리민족의 정신과 사회적 관습이 담긴 상징적인 문화다. 한국, 중국, 터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를 잇는 막사발 실크로드를 형성해 우리의 도예를 함께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홍익대 공예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다수의 개인전·기획초대전을 가졌다.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조직위원장, 터키 국립 하제테페 미술대학 초빙교수, 중국 치루대학교 초빙교수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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