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학교 40% 폐교, 빈집 1만채 등 지방소멸 가속화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07월 06일 14시44분

△전주시 여의동 호남제일문(湖南第一門). 호남, 즉 호강(현 금강)의 남쪽 지방인 전라도로 들어서는 첫 관문이자, 조선왕조 발상지인 호남제일성 전주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호남의 수도란 자긍심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옛 영화의 씁쓸함이 교차한다./정성학 기자

■ 지방자치 부활 30년

①싹틔운 풀뿌리 민주주의

②미완의 과제 지방분권

☞③지방소멸 위기 그림자

④선출되지 않은 권력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투자로 보여줘야 한다.”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최근 취임 3주년 맞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그만큼 지역사회에 드리운 소멸 위기의 그림자가 심각하다는 우려이자, 균형발전을 핵심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새정부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는 얘기다.

지방소멸 현상은 저출생, 출향행렬, 수도권 집중화 등과 맞물려 이미 우려 단계를 넘어 현실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북지역은 한층 더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현재 전북은 전체 14개 시·군 중 전주, 군산, 완주를 제외한 11곳이 소멸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 또는 그 관심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덩달아 농어촌을 중심으로 무려 1만채 가까운 빈집이 쏟아지는 등 곳곳에서 크고작은 사회문제가 쏟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 사막화 현상, 즉 마을에서 소매점이 모두 사라져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상은 전국 최악을 기록했다.

실제로 도내 전체 마을(행정리) 5,245곳 중 4,386곳, 즉 84%가 소매점 하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전국 평균(73.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학교 또한 줄줄이 통폐합되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2029년 사이, 폐교 가능성이 제기된 학교만도 도내 전체 초·중·고교 758개교 중 40%(301개교)에 달한다. 이대로라면 현재 1만7,822명인 교원 또한 36%, 즉 6,333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병의원 또한 줄줄이 문닫으면서 타 지방, 이중에서도 수도권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원정진료가 일상화되고 있다.

지난 5년간(2017~21년) 이 같은 수도권 원정진료에 나선 전북 주민만도 약 106만명, 연평균 22만 명대에 달했다. 그 진료비 또한 한해 4,000억 원을 넘어섰다. 더욱이 전체 70%가량이 큰 병원(3차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흔히 동네병원으로 불리는 1·2차 병의원을 찾아갈 정도로 지역의료 낙후도는 심각하다.

학교와 병원뿐만 아니라 소방, 파출소, 은행, 버스 등 공공서비스는 물론 구멍가게조차 사라지면서 청년층은커녕 고령인도 살아가기 힘든 지역사회 공동화 현상마저 심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국회입법조사처가 펴낸 여러 정책 자료집을 살펴보면 한층 더 확연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월과 2022년 2월 전북지역 대학 졸업자 중 2022년도 기준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 총 1만706명을 조사한 결과, 이중 59%(6,338명)는 졸업과 동시에 전북을 떠나 타 지방에서 일자리를 구해 정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대로 전북에 정착한 사례는 약 41%(4,368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지역사회 미래를 암울하게 여겼다.

더 큰 문제는 탈전북 현상은 갈수록 더 가팔라질 것 같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출산율과 이동률 등을 고려해 향후 100년간(2023~2123년) 인구변화를 예측해본 결과, 전북지역 인구는 최악의 경우 50년 안에 지금의 4분의1 수준인 45만 명대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됐다. 100년 뒤엔 약 4만 명선까지 급감하면서 사실상 전북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균형발전은 새 정부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전국에 생중계된 취임 한달 맞이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말로 균형발전을 이뤄내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구체적으론 국정 운영 전반에 균형발전을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역별로 소멸위기 실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일종의 가중지수를 개발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구소멸지수를 비롯해 수도권이나 지방 대도시와의 거리 등을 합산한 지수를 만들어 지방교부세 교부나 사회간접자본 조성사업 등을 추진할 때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촉진할 이른바 ‘5극 3특(초광역권 5곳과 특별자치도 3곳)’ 체제를 공약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재화와 인구를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충청), 호남권(광주·전남) 등 초광역권 5곳을 비롯해 전북, 강원, 제주 등 특별자치도 3곳을 중심으로 분산해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실효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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