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일 카페’ 형식 가져와 팬 문화 낯설게 들여다보려 시도

전주 한옥마을 PlanC, 청년 조형예술가 한강 개인전 ‘생:카’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05일 14시50분

청년 조형예술가 한강의 개인전 ‘생:카’가 11일부터 20일까지 전주 한옥마을 대안문화공간 사용자공유공간PlanC에서 열린다.

전시는 특정 대상을 좋아하는 ‘팬’ 들의 집단인 ‘팬덤’ 문화 중 ‘생일 카페’의 형식을 가져와, 현대의 팬 문화를 낯설게 들여다보려 시도한다. 팬들의 ‘팬심’, 누군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그 사랑의 마음들이 자본과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구조화되고 소비되는지를 되묻는 전시이다.

‘생일카페’는 팬이 직접 카페 등의 공간을 대관해 좋아하는 대상의 생일을 기념하는 비공식 이벤트이다. 기획사 주도의 공식 이벤트와는 달리, 기획부터 자금 조달, 굿즈 제작,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팬이 스스로 주도한다. 이때의 ‘팬’ 은 단순한 소비자, 수동적 관람자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 생산 주체의 역할로서 기능하며, 일시적이지만 강한 유대와 공동체 감각을 발생시킨다.

작가는 2023년, 직접 아이돌의 생일카페를 기획,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의 형식을 결정했다. 좋아하는 대상의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이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조금 경쟁을 의식했던 점, 왠지 끝나고 나서 느낀 약간의 허탈감, 허무함 등 단순히 순수한 응원과 기념 뿐만이 아닌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게 됐다.

이번 전시는 팬덤 문화의 형식은 그대로 차용하되 핵심인 좋아하는 대상, ‘최애’ 의 자리에는 작가 본인이 자리한다.

‘생:카’에서는 생일카페에서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목적인 ‘좋아하는 대상’ 이 비워진다. ‘최애’가 아닌 작가의 얼굴이 들어간 오브제와 일반 생일 카페와는 조금 다른 낯선 연출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전시장의 구조 또한 전형적인 생카의 구조보다 더욱 더 과하고, 과장된 형태로 구성되어져 있 다.

전시장엔 생일 카페의 기본 요소인 ‘꾸미기 포스터’, ‘슬로건’, ‘생일컵’, ‘등신대’ 부터 시작해서 팬덤 문화에서 주로 드러나는 ‘포토카드’, ‘주접 문구’, ‘챌린지 영상’, ‘응원봉’ 등을 과밀화되게 배치했다. 전시장에 방문하게 되면 뽑기 이벤트 ‘럭키드로우’를 진행할 수 있고 QR코드를 사용해서 한강 작가와 대화할 수 있는 단체방에도 참여할 수 있다.

관람객은 평소 인식하던 생일 카페와 다른 형태의 ‘생:카’를 통해 감정의 주체가 제거된 상황을 마주하며, 주체 없는 감정들이 어떻게 유도되고, 구성되는지 순수한 구조들만을 확인하게 되고,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고 연출되는지를 되묻게 된다.

또, 전시가 종료된 이후 29일부터 31일은 남부시장 청년몰 밑에 위치한 ‘모이장(구 풍년그릇마트 위치)’에서 독립예술축제 Stayfoolish와 연계, 전시 연계 퍼포먼스 ‘팬:싸’를 갖는다.

‘팬:싸’는 ‘생일 카페’와 다르게 기업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인 ‘팬 사인회’ 의 형식을 차용하여, ‘이벤트화된 사랑’의 구조를 거꾸로 재현한다. 그러나 ‘팬 사인회’ 에 참여하기 위한 상품화된 상호작용은 제거되고, 감정의 진정성만이 남겨진다.

조형예술가 한강은 기존 작업에서 기념비, 비석 등 ‘기록’과 ‘기념’이라는 형식을 통해 사회 구조와 감정을 중립적으로 드러내왔다. ‘생:카’ 역시 자전적 고백보다는 구조의 반복과 과잉을 재현함으로써 감정의 피로와 착취를 표현하되, 공동체의 가능성을 함께 사유하게 하고자 한다.

작가는 자신이 몸담았던 팬덤 경험을 새로운 형식의 연대와 공동체 가능성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감정이 구조화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시선의 중요성을 ‘생:카’와 ‘팬:싸’를 통해 제시한다. 팬 문화는 분명 하나의 현대적 공동체다. 그러나 자발성과 헌신, 연대와 소비가 중첩되는 그 구조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스스로의 감정을 상품화하고, 진심을 피로하게 만드는 형식에 길들여진다.

‘생:카’는 바로 이같은 감정의 진정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진정함을 믿기 때문에, 그것이 포획되는 방식을 의심한다. 전시를 통해 학습된 행동들, 맹목적으로 소비하고 추종하는 지지들이 아닌 각자가 자신의 사랑의 방식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조형 설치 작업들과 영상 미디어 작업 등이 전시된다.

전시장 내에는 연계 프로그램들이 상시 진행되고 있으며,12일 오후 6시 30분부터는 작가, 기획자와 함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별도의 휴관 일자 없이 운영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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