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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송전탑 말고 입지 전환: 용인 반도체 2단계, 새만금에 짓자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9월 14일 13시56분

전북 곳곳에서 초고압 송전탑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와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전북의 산과 들과 마을을 관통하는 345kV 송전망이 촘촘히 계획되면서, 여러 시·군에 반대대책위가 꾸려졌다. 주민들은 이것이 단순한 노선 갈등이 아니라 수도권 수요를 위해 지방이 지속적으로 희생되는 구조, 곧 ‘에너지 식민지화’의 문제라고 말한다.

얼마 전 있었던 전북도의회 정책토론회에서 쟁점의 핵심은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2단계 사업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변전소 수십 기, 송전선로 수십 개 노선, 수천 km의 신규 송전망을 전국적으로 깔겠다는 구상 자체가 지역사회의 생존권·환경권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은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어디서 만들고 어디서 쓰느냐는 산업·국토·재정·민주주의의 문제다. 생산지는 지방, 소비지는 수도권이라는 구도가 지속될수록 송전 비용과 손실은 커지고, 경관 훼손과 분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가 기간망’이라는 이름으로 불편과 위험이 지방에 전가될 때, 지역은 “왜 우리가 수도권의 전기 배달원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정부가 “보상”과 “절차”라는 기술적 답변만 반복하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는다.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전기가 필요한 공장을 전기가 나는 곳으로 옮기면 된다. 넓은 부지와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춘 새만금은 용인 2단계 파운드리 이전에 가장 현실적인 후보지다. 새만금과 서남권 해상에는 대규모 태양광·풍력이 단계적으로 확충되고 있고, 수소·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 인프라도 축적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처럼 전력다소비 산업이 2050년까지 100% 소비 전력을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 ‘RE100’을 달성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적 경쟁력으로 대두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권역에 고전력 산업을 배치하면 송전탑을 몇 기 없앨지가 아니라, 깔 필요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전북이 요구하는 것은 그 상식의 회복이다. 장거리 송전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수요의 입지를 바꾸는 것이다. 송전 비용과 손실, 환경 훼손, 주민 갈등을 줄이고, 지역 일자리와 균형발전을 함께 만든다. 반대로 수도권 고집은 화석발전 의존, 탄소중립 역행, 송전망 증설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정치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로서 용인 클러스터 유치에 공을 세웠다. 그 성과의 그늘인 전국적 송전 갈등을 이제는 대통령으로서 매듭지어야 한다. 지방에 송전탑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첨단산업의 입지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산업입지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례가 수도권 집중을 공고히 하는 도구가 아니라, 에너지·산업의 분산과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정·운용되어야 한다.

전북의 요구는 무리한 특혜가 아니다. 지역에 떠넘겨진 환경·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가 전체의 전력 시스템을 합리화하자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정부에 세 가지를 요청하고 싶다.

첫째, 용인 2단계 전력 해소를 명분으로 한 전북 내 신규 초고압 송전망 추진을 전면 재검토할 것. 둘째, 새만금 반도체 클러스터 타당성 조사와 인허가 로드맵을 신속히 착수할 것. 셋째, 전력망 정책의 기본 원칙을 ‘지역 생산-지역 소비’로 전환하고, 불가피한 송전 구간은 지중화와 이익공유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 것.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지자체·기업·주민이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가동해 ‘절차적 정의’를 제도화해야 한다.

한국의 산업·에너지 지형은 AI와 반도체, 재생에너지의 교차점에서 다시 그려지고 있다. 수도권을 향한 더 많은 철탑과 더 높은 선로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전기를 만드는 바다와 갯벌, 그 주변의 도시들이 새로운 성장의 무대가 되어야 한다.

새만금으로의 입지 전환은 전북을 에너지 전환의 전초기지이자 반도체 생산의 전략거점으로 세우는 선택이다. 송전탑의 그림자를 줄이고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길, 지역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대의 희망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는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바란다. 용인에서 시작된 갈등을 새만금에서 전환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균형발전과 에너지정의,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살리는 가장 한국적인 해법이다. 전북은 준비되어 있다. 남은 것은 국가의 방향을 바꾸는 결단이다.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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