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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집단 AI 커닝'으로 드러낸 대학의 윤리 공백, 기술보다 느린 교육이 문제다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11월 26일 16시22분

대학가에서 ‘AI를 이용한 집단 커닝’이 잇따르고 있다. 생성형 AI로 시험 문제를 실시간 분석해 공유하거나, 팀 단위로 AI 답안을 돌려 쓰는 방식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이는 학생 몇 명의 일탈이 아니라 대학이 기술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구조적 붕괴를 상징한다.

기술은 이미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지만, 대학은 여전히 낡은 규범에 머물러 있어서 문제가 된다. AI 사용를 금지한다고 막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대학이 20년 전 평가 방식에 안주하는 사이, 학생들은 생성형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넣었다. 이 불균형이 ‘윤리 공백’을 키우고, 부정행위를 부르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한 것이다.

대학이 AI 시대에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AI로도 해결할 수 없는 학습과 평가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불행히도, 많은 강의는 여전히 암기, 단답형 지식, 서술형 리포트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과제는 이제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평가가 기술보다 뒤처진 이상, 부정행위는 ‘유혹’이 아니라 ‘구조적 결과’가 된다.

대학은 더 이상 “AI 사용을 금지하는 시험”이라는 미봉책에 기대서는 안 된다. 정답이 있는 문제로는 AI를 이길 수 없다. ‘AI를 사용해도 풀 수 없는 문제’, ‘AI를 활용해야만 해결되는 문제’를 설계하는 평가 혁신이 필요하다. 비판적 비교, 실제 데이터 분석, 구체적 맥락 기반 의사결정,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고차원적 평가가 대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대학은 AI 리터러시를 기술적 활용 교육에만 한정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윤리를 가르치지 않는 AI 교육은 반쪽짜리 교육이다. 학생이 AI를 어떻게 ‘책임 있게’ 쓰는지, 그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 제시하고 교육 과정에 통합해야 한다. 지금처럼 교수마다, 학과마다 AI 사용 정책이 제각각이라면 혼란은 지속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은 이미 AI가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학생이 문제를 정의하고, AI와 협업해 새로운 해답을 만들어내는 ‘학습 설계의 장’으로 변해야 한다. AI가 지식을 생산하는 시대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대학 교육의 핵심 역량이다.

집단 AI 커닝 사태는 단순한 부정행위 사건이 아니다. 기술과 교육의 속도 차이가 만든 참사이며, 앞으로 더 큰 균열로 이어질 전조다. 대학이 지금처럼 규범과 제도를 고수한다면, 무너지는 것은 ‘시험 공정성’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이유’ 그 자체가 될 것이다. AI는 대학의 적이 아니다. 오히려 대학이 다시 태어날 기회를 제공하는 촉매다. 기술의 위력 앞에서 필요한 것은 금지와 통제가 아니라, 대학 교육의 철학을 재정의하고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이다. AI 시대에 대학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기술보다 앞서가는 교육을 만드는 것. 그것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 대학의 생존을 보장할 유일한 길이다.

/강윤정(교수·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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