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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세상]7월 여성주간, ‘박제’ 되지 않도록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7.07.16 15:23
매년 7월 1일 부터 7일까지는 여성주간으로 1995년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를 위해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법 제정을 기념하는 의미로 시작되어 올해로 12회를 맞이하였다.

여성발전기본법은 당시 추진 과정에선 충분한 논의 없이 제정되어 명칭과 내용에 있어 여러 논란을 가져왔지만, 우리나라 법률사상 처음으로 성희롱 용어를 사용하였고, 국가와 지자체 또는 사업주가 성희롱 예방 등 직장 내 평등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규정을 만들어 냈다. 또한 가정폭력 예방을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으로 명시하는 등 사회 전반에 만연된 전근대적인 여성차별의식과 관행을 없애는데 기여 한다는 취지를 부여하면서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영역에서 다채로운 행사를 실시하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첫 주, 전북지역에서도 다양한 영역에서 여성주간 기념 행사들이 진행되었다. 그중 전라북도 여성주간 기념식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것인 만큼 행사내용을 통해 전라북도의 지역 여성에 대한 관심과 비젼을 볼 수 있기에 민간영역의 행사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행사 당일 도청 강당은 전북 각지에서 올라온 여성단체들의 회원과 임원들로 꽉꽉 채워져 여성주간의 의미를 보다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함께 하고자 하는 열정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행사 무대중앙에 걸려있는 ‘일과 가정의 양립’, ‘아이 낳기 운동’, ‘인구 300만’ 이라는 구호는 참여한 여성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기에 충분했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멀리서 온 여성 활동가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최근 출산율 저하를 국가적 위기로 간주하고 정부 및 각 지자체별로 대안을 마련하려는 논의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이 논의 과정 속에서 저 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7?80년대 진행했던 출산정책들이 강제적으로 여성을 통제하여 여성재생산권의 선택범위를 제한하고 여성의 몸을 침해해온 정책으로 평가되어지고 있다. 일례로 출산율 감소를 위해 경구피임약을 보급하고, 자궁 내 피임기구 및 불임술을 시행한 가족에게 공공주택 우선권을 주는 등 사회조치를 취하면서 실제 일부 농촌 여성들은 자신의 몸에 피임용 자궁 내 고리를 이식했다는 것조차 몰랐으며, 그들이 이웃이나 가족계획 요원의 요구대로 수용하도록 강요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었다.

이렇게 국가가 주도한 불평등한 사회적 경험을 한지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2000년대에도, 그것도 지자체의 여성주간 행사에서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만들겠다는 주제 아래 쓰여진 구호가 보여주는 단상은 7?80년대 적게 낳자가, 많이 낳자로만 바뀌었을 뿐 출산과 양육을 바라보는 근본 시각은 과거 개발 국가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만을 재 확인시켜주었다. 지난 시기 획일된 정책으로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적인 개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겸허하게 되돌아 보고 있는 시점에 말만 바꿔 지자체가 나서서 여성의 출산율을 증가시키고자, 아이낳기 운동과 인구 300만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여성주간 행사장에 걸고 나온 것을 우려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에 불과한 것인가 ? 특히 이번 여성주간에 전라북도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아이 낳기 운동과 인구 300만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 것인지, 7?80년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자 했던 과도하기 그지없는 우매한 행동의 연속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단 이것 뿐인가. 여성주간 기념식 행사의 주요 프로그램인 특강에서 초청된 공인은 참석한 여성들에게 너무나 당연스럽게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이쁘게 화장하고, 이쁜 옷으로 갈아입고 맞이할 것과, 여성들은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 갖지 말고 집에서 애나 잘 키우면 된다는 식의 강연을 하였다. 내걸은 구호에 너무나도 걸 맞는 강연이었다고 하기에는 전라북도의 몰성적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건 사고가 아닌가 싶다. 2007년 7월, 12번째 여성주간을 맞이하면서 전라북도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지역 여성들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양육과 보살핌을 분담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여성주간의 의미가 단순히 법제정을 기념하는 문자적 의미로 반복되는 박제된 7일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사회 살아 움직이고 있는 지역여성의 문제를 찾고 대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지속 가능한 실천의 시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노현정(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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