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산책]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
[시네마 산책]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
  •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 승인 2011.11.0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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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 스크린에…가족애와 진정한 사랑 보여줘
얼마 전 어느 대기실에서 우연히 보기 시작했다가 딴 데로 시선 한 번 전혀 돌리지 않고 한 자리에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꼼짝 않고 본 영화가 있다. 관록 있는 배우들인, 이순재(김만석 역), 윤소정(송이뿐 역), 송재호(장군봉 역), 김수미(조순이 역) 등의 낯익은 연기로 우리 주변의 친숙한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그것이다. 이미 웹툰에서 널리 알려진 강풀의 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2007년 도서로 발간되어 15만부라는 판매부수기록을 거두고, 2008년 연극공연에서는 3년 간 17개 도시공연을 통한 관객점유율 90%를 기록함으로써, 일약 유명세를 타며 이른 바,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강풀 웹툰’이라는 웰메이드 컨텐츠를 토대로 추창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영화 매체 특유의 섬세한 감정포착과 미장센으로 또 다른 매력의 감동을 선사해 준다. 인생 황혼기에 우연한 사랑에 빠진 까칠한 도시 남자, '까도남' 김만석 할아버지 역의 이순재와, 심성 고운 할머니, ‘송이뿐’ 역의 윤소정과, ‘장군봉’ 역을 맡은 따뜻한 도시남자 ‘따도남’ 역의 송재호와 그 '따도남'의 치매에 걸린 아내 역의 김수미가 눈물어린 웃음과 감동으로 다가와, 인생 동반자로서의 부부애와 가족애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매사에 버럭버럭 성질을 부리는 김만석 할아버지가 점차 송이뿐의 순수한 마음을 발견하며 오래 잊고 지냈던 사랑의 기쁨을 찾아가고, 칠십 평생 이름석자도 없던 송씨 할머니가 김만석 할아버지를 만나 송이뿐이라는 이름과 삶의 의미와 사랑의 설렘도 되찾게 되는 장면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또한 그야말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한 사람만을 사랑해온 장군봉 할아버지의 순애보는 소모적이고 찰나적인 사랑이 지배하는 작금의 애정 방정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우리에게 주문한다. 이 영화에서 추 감독은 화려한 비주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현란한 미장센과 편집미학이 아닌, 소소하고 유쾌한 유머코드와 원로배우들의 원숙한 연기로써, 현재가 잃어버린 지나간 과거의 코드들을 조금씩 풀어낸다. 김만석의 오토바이와, 장군봉의 자명종 시계와 자개장 같은 크고 작은 소품은 물론, 허름하고 후미진 골목길 로케이션 등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친숙한 이미지로 기억의 물꼬를 튼다.

이 영화는 세상의 다양한 사랑들 틈새에서, 죽음을 앞에 두고 사랑을 시작하는 노년의 사랑과, 죽음으로써 삶을 마감하는 '늙은 사랑'의 죽음은 낮은 목소리로 우리로 하여금 삶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그 의미를 이야기한다. "젊어서는 사랑하기 위해 살고, 늙어서는 살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몇 해 전,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으며 노년의 사랑에 대한 세인들의 이목을 잠시 끌긴 했지만,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통상적으로 노년의 '늙은 사랑'을 금기시하거나 도덕적으로 박제(?)포장하거나, 청춘남녀 사랑의 배경화면이나 소재의 차원에 머물러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우리는 인권적 잣대의 노인복지 차원을 넘어서, 현실적으로 노년의 사랑, 역시 여전히 치열하며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살며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노후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습과 배려가 사회적 고립과 배제로써 작동할 수도 있다고, 그리고 누구나 인간은 노화라는 질병을 피할 수 없기에, 우리는 바로 '지금' 많이 사랑해야 한다고 영화는 일깨워준다.

"사는 것은 익숙해지는 거야. 헤어짐도, 죽음도, 슬픔도,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라고!"나, "세상에 잘 죽는 게 어딨냐 말야! 노인네가 오래 살다가 죽으면 다 호상이야? 살만큼 살았으니까 죽는 게 당연하다 이거야? 늙었으니까 그만 죽어야 한다 이거냐? 노인네는 어떻게 죽어도 잘 죽은 거란 말이야? 니미...어디서 호상 호상이야!... "라는 김만석 할아버지의 대사나, 추운 겨울 저녁 놀이터에서 길 잃고 헤매다 동네 놀이터의 그네 위에 앉은 치매 걸린 조순이 할머니의 "야~방안에서 신발 벗고 다녀라~!!"같은 귀에 낯익은 표현들은 낯선 문맥적 상황에서 우리를 목메게 한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백제예술대학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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