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5월16일 17:31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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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제 설정 한계…지배구조 개선 촉구

파업 100일 맞는 전주 MBC

전주MBC가 19일로 파업 100일째를 맞는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 확보, 그리고 사회적 공론의 장으로써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시작된 파업이다. 100일째를 맞아 전주MBC 파업을 바라보는 지역사회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파업 초기에는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MBC 내부 문제로 치부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 확보가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맺는지 깨닫으면서 인식에 변화가 왔다. 전주MBC의 파업 100일은 지역 언론 초유의 일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에 생활고를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파업의 결기를 누그러뜨리지 않는 전주MBC 파업 100일을 짚어본다.

서울MBC가 지배하는 구조…독립채산재 운영 허울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에 생활고 위협받는 상황
“공공성-자율성 확보로 공영방송 되찾겠다”배수진

언론노조는 지난달 의미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전국 성인 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한 (주)한백리서치의 여론조사는 62.7%가 언론 공정성을 위한 파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 정부의 언론 장악과 불법 사찰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에는 75.6%가 압도적으로 동의했다. 그동안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적다고 주장해 왔던 새누리당과 청와대 시각과는 다른 결과다.

△파업 이유는-지역방송 지배구조 개선 시급

서울MBC와 19개 지역MBC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김재철 사장 퇴진이다. 노조가 사장 퇴진 카드를 들고 나온 이유는 현 정부에서 비롯된 모든 문제의 발단에는 낙하산 인사가 있다는 판단이다. 김재철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노조원들은 김 사장 체제에서 양심적인 언론인 해고, 비판적 프로그램 폐지 등 문제가 잉태됐다는 주장이다.

공영방송이라는 명분과 달리 권력의 수족 노릇을 했다는 자기반성이다. 권력을 견제·비판하지 못했을 뿐더러, 서울 중심의 들러리 언론, 그리고 1% 특권층을 위해 99% 희생을 강요하는 논리를 전파하는데 방송이 동원됐다는 자괴감이 밑바탕에 있다.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존중받고, 서울과 지역이 공존하는 방송을 하겠다는 선언은 파업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전주MBC는 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지역방송으로서 다양성과 지역성을 살려야 함에도 무늬만 지역방송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는 지배구조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전주MBC 주식 가운데 서울MBC가 83.7%를 과점 지배하고 있다. 사장 인선은 물론 신입 사원 채용, 인사위원회 운영, 성과급 지급 등 모든 권한이 서울MBC에 집중돼 있다.

사실상 지역 MBC가 독립채산재로 운영되고 있다는 말은 허울에 불과한 셈이다. 형식만 독립채산제일 뿐 실질은 서울MBC가 지배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지역방송으로서 공공성과 지역성, 다양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지역의제를 설정하는데도 일정한 한계를 안고 있다. 지방MBC에 대한 서울MBC의 지배는 현 정부들어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경영평가제도는 자율 경영을 무기로 과도한 경쟁을 부채질했다. 전주MBC 노조는 지역방송으로써 공공성 및 다양성 확보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라는 공공기구를 통해 지역MBC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공공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업 경과- 100일동안 무노동 무임금

전주MBC 노조는 3월 12일 전주MBC 사옥에서 출정식을 갖고 파업에 들어갔다. 조합원 46명 가운데 41명이 참여한 파업 찬반 투표 결과 80.5%(33명)이 파업에 찬성했다. 전주MBC 정원은 76명이지만 국장급 이상과 당연 탈퇴 대상인 보직 부장을 제외한 노조원은 46명이다. 방송기자들과 PD가 총선을 앞두고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러나 치열한 토론과 고민을 바탕으로 파업에 합의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송출 등 필수 인력을 제외한 제작 인력 공백은 불가피했다. 지역 뉴스데스크의 경우 통상 15분가량 제작했으나, 3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뉴스 제작은 보도부장을 비롯한 3명이 제작함으로써 충분한 내용을 담아내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노조원들은 파업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한 거리 선전전에 이어 새누리당 및 민주당 전북도당 방문, 그리고 전주천 환경 정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지난 제19대 총선이 끝난 4월 13일에는 전주 오거리광장에서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한 전북지역 민주당 소속 당선자와 함께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시민문화제를 가졌다.

이날 시민문화제에는 광우병 파동과 스폰서 검사 등을 제작한 MBC PD수첩 최승호 PD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이강택 위원장이 참석했다. 총선 직후 MBC는 지방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전주MBC는 자사 출신 전성진씨가 선임됐다. 노조는 “과거 사장 선임에 비춰볼 때 자사 출신은 반길 일이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없이 선임함으로써 임명권자인 김재철 사장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0여일간 출근 저지 운동을 중단한 것도 자사 출신 사장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응원해 준 많은 분들께 감사 꼭 승리해 공영방송 되찾겠다”

김한광 위원장 인터뷰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는 일은 너무나 고통스런 결정이었다. 현 정부에서 MBC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은 정권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제대로 된 방송을 못했다. 지역 여론도 MB정권 들어 철저히 무시 당했지만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지역 방송인들은 그동안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고 이제는 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려 한다.”

전주MBC 파업을 이끌고 있는 김한광(48) 노조위원장은 “지난 3개월동안 장기 파업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없는 결속력을 보여준 노조원들에게 고맙다”면서 “많은 분들이 파업을 응원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이번 파업은 MBC만의 파업이 아니라 모든 언론인, 도민들의 싸움이다”는 말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도민들에게 ‘만나면 좋은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을 먼저 반성한다. 미안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제라도 공영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들에게 전주MBC를 돌려 드리기 위한 노조원들의 진심을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역방송으로써 공공성 확보와 함께 전주MBC는 지배구조 개선은 절실한 과제이다. 지역방송으로써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지역성을 살려야 함에도 서울 중심의 MBC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편성하는 불합리함이 내재돼 있다. 프로그램 제작부터 인사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확보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성진 신임 사장은 전주MBC 노조위원장을 지냈기에 누구보다 노조에 대한 이해가 밝고, 지방MBC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우려대로 지난주 금요일 파업 중인 노조에 대해 3번째 복귀 명령을 내렸다. 복귀하지 않으면 인사위원회를 통해 대기 발령을 하겠다는 것이다.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으로, 자랑스러운 방송인으로 살고 싶은 후배들의 열망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말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무노동 무임금으로 생활고를 위협받고 있지만 공영방송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현 정권에 분명한 경고를 한다”면서 “비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월급을 나누자는 펀딩을 제안한 결과 3일만에 1,100여만원이 모아졌다. 고마움을 전한다. 반드시 승리해 공영방송을 되찾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병식 기자 montli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