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근대사는 군산만의 역사가 아니다. 비슷한 경험을 지닌 이웃 지방, 또는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이 분야 전문가인 전북발전연구원 정명희 문화관광연구부 연구위원을 만나봤다.

△해외 사례를 많이 연구해온 걸로 아는데?

우리에게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논의는 종종 과거사에 대한 인식문제와 연관돼 논의된다. 특히 이를 도시 이미지와 연결시켜 관광자원화 하려면 더욱더 중요한 논제로 대두되곤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 베를린의 역사현장투어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베를린은 나치시대와 분단사 등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도시인데 그게 좋은 역사이든, 아픈 역사이든 상관없이 현장을 잘 보존하고 기억하며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2차대전 당시 폭격으로 반 넘게 파괴된 르리드리히 황제 기념교회, 학살된 유대인 추모광장, 독일판 분서갱유의 베벨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격동의 역사적 사건과 그 현장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관광자원화 한 것이다. 바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역사란 의미다. 군산도 근대 문화자원을 통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 잊어버리면 안 되는 기억들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선 어떤 움직임들이 있는가?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군산이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제시대(근대화시대)=수탈의 시대’란 역사적 인식에서 근대문화자원에 대한 새로운 보존과 활용방안을 제시한 모델이란 측면에서 그렇다.

이같은 군산을 벤치마킹해 유사한 길을 걷는 지방도 적지않다. 일본식 거리와 가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전환한 경북 포항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조성사업’을 비롯해 개항기 근대 건축물과 근대 산업시설을 복합예술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인천 ‘아트플랫폼 조성사업’과 부산 ‘아트팩토리 인 다대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성공했다고 봐도 괜찮다는 얘기인가?

일단, 지금까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산은 물론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고있는 포항과 인천 등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관 중심의 추진체계에서 오는 한계다. 바로, 공적자금을 계속 투입하지 않아도 자생력을 갖게 될 것인지의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주민 삶의질 극대화와 구도심 재생을 목표로 민간이 먼저 시작해온 전주 ‘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과 대구 ‘근대路(로)의 여행’의 성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또한 지나친 상업화 우려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추진추제가 누군지에 따라 구도심이 ‘박제화된 공간’이 될 수도, 반대로 ‘살아있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현지 주민들에게 어떻게 평가받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