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생의 한가운데]전라감영 복원은 스토리 도시 창조

기사 작성: 김현진 지니스 대표 - 2014.10.01 19:17

과거 역사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의 위대한 형이상학적 본능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또 과거 선조들의 삶은 어떠했는지에 대해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 때문에 보잘 것 없는 유물에 흥분하고 유적에 경의를 표한다. 사람들이 이처럼 오래된 역사적 유물과 유적을 좋아하는 특성이 있다 보니, 1년 내내 온화한 기후에 자연 경관도 수려한 동남아나 아프리카보다는 유럽의 도시들로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유럽에 비해 역사가 짧은 미국은 당연히 유럽에 비해서는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이 볼품없다. 미국의 도시들은 짧은 역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토리 있는 유물과 유적 복원으로 도시의 멋을 창조해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필그림 역사가 시작되었던 보스톤의 메이플라워호 기항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라는 어원이 시작되었던 샌디에고의 올드타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토리 있는 도시는 그렇지 않는 도시들보다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중이다. 역사적 스토리를 현대 도시에 접목하여 명품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예는 이웃 일본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처럼 과거의 유산을 허물어 버리고 그곳에 현대적 건물만을 지었던 일본도 최근 도시의 역사적 스토리를 상징하는 건축물들을 복원하는 것이 경제발전에도 좋고 도시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중이다. 근대 일본 개항지 복원으로 일본 최고의 관광 명소로 떠오른 나가사키가 대표적인 예이다.

너른 평야와 갯벌 덕분에 조선시대 물자의 반이 호남에서 생산되었었다. 호남의 풍부한 물자 덕분에 당시 전주는 다른 도시에 비해 풍요를 누려 음식문화와 예술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었다. 조선시대 전주가 가지는 경제적 중요성과 더불어 조선왕조의 본향이라는 위치 때문에 전라감영은 당시 조선 8도에 있었던 감영 중에 최대 규모였었다. 조선시대 외적 방어의 기본은 도시 주변 고지대에 성을 쌓아 외침에 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주는 도시방어를 위해 남고산성과 더불어 도시 전체를 성곽으로 둘러쌓았다. 이처럼 조선시대에 산성과 더불어 도시 전체를 성곽으로 둘러싼 도시는 한양과 전주가 유일했다. 조선시대 전주의 정치적 중요성과 경제적 풍요 때문에 전주에는 기와집이 즐비한 한옥마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역사성 때문에 전주의 한옥마을은 타 지역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전주만의 자랑스러운 역사적 유산이다.

최근 전주시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구 도청사 건물을 철거하고 전라감영 복원을 원안대로 추진키로 결정했다. 전주시와 전라북도에서는 전라감영의 부분 복원에 만족하지 말고, 역사적 의의를 내세워 중앙정부를 설득하여 전라감영의 완전 복원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전라감영 복원을 시작할 때 미국이나 유럽의 스토리 있는 도시처럼 유물 복원과 주차장은 지하에 집중적으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전라감영이 복원되면, 전주는 전라감영, 경기전, 한옥마을, 향교로 이어지는 전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스토리 있는 역사적 도시로 떠오를 것이다. 전주의 역사적 스토리 정도면, 전주를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 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다. 관광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고 서민 경제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에 전주시와 전라북도가 조금만 머리를 맞대면 이번 전라감영 복원으로 천년 전주의 천년 산업을 창조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김현진 지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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