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유명 관광지를 적지 않게 다녀온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마지막으로 가고 싶은 곳이 미얀마와 라오스라고. 미얀마과 라오스는 불교 국가다. 소박한 미소가 빛나는 곳이다. 특히 미얀마는 불교 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관광지가 유흥지로 흥청대지만 미얀마에는 소박한 평화가 있다. 감동과 설렘이 교차하는 땅이다. 미얀마인들의 순박한 미소와 긍정적인 생활관, 그리고 불교 사원과 스님은 미얀마를 다시 보게하는 매력적인 요소들이다. 한때 영국 식민지배를 겪은 까닭에 저항정신도 강하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손꼽히는 바간(BAGAN)을 비롯해 바고(BAGO), 만달레이(MANDALAY), 양곤(YANGON), 그리고 물의 도시 헤호(HEHO)까지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흔히 미얀마를 정원과 파고다(사원)의 도시로 부르는 까닭이다. 미얀마를 지독히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다. 올해로 10년째 미얀마를 들락거리며 그곳 사람들의 표정과 풍광을 카메라에 담아온 김유찬(56)씨가 주인공이다. 사진작가 눈에 비친 미얀마는 “참고 기다리는 미덕의 나라”다. 그가 만난 미얀마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미얀마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지난 3일 귀국한 김씨는 8일 새전북신문을 방문했다. 그는 두 시간여동안 말을 아끼며 미얀마에 대한 눅진한 애정을 풀어냈다.

-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미얀마는 생소한 곳이다. 어떤 계기로 인연을 맺었나.

“지인 가운데 한 분이 2005년 미얀마에 개척 교회를 열었다. 그를 돕기 위해 처음 미얀마를 찾았다. 당시는 직장생활을 했기에 짬짬이 시간을 내어 미얀마를 찾았다. 그렇게 4년여를 오가다 미얀마의 매력에 푹빠졌다. 2009년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명예 퇴직) 본격적으로 미얀마에 풍덩 빠졌다. 최근 5~6년 동안은 임대아파트를 얻어 정착하다시피 했다. 그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다.” 김씨는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항공 촬영을 하는 업무라서 다른 사람보다 사진 찍는데는 소질이 있다. 하늘에서 사진을 찍던 그가 땅으로 내려와 미얀마의 일상과 풍경을 담는 일을 하고 있다. 종교는 없지만 불교에 대해 깊은 경외감과 스님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름난 고승들과 친분이 두텁다.

- 페이스북에 미얀마인들의 일상을 찍은 사진들을 많이 올렸다. 사진이 인상적이다.

“미얀마는 기본적으로 불교 국가다. 태어나 죽을 때까지 모든 일상을 사원에서 주관한다. 이 때문에 스님들의 권위는 대단하다. 일반인들, 그것도 외국인이 스님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신뢰가 쌓여 지금은 스님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스님과 사원 풍경을 많이 찍었다. 처음에는 스님들게 사정을 했지만 이제는 스님들이 먼저 사진을 청한다.(웃음)”

- 스님들과 특별한 인연을 갖게된 이유가 있나.

“아직도 사회주의 흔적이 남아 있기에 외국인의 여행이 자유롭지 않다. 여행허가구역이 별도로 정해져 있고 대부분 제한 구역이다. 여행을 하기 위해 스님들의 보호가 필요했다.”

- 미얀마는 어떤 나라인가. 우리에게는 전두환 정권 당시 아웅산 폭발로 정부 각료들이 숨진 곳으로 기억된다.

“한마디로 말하면 황금 덩어리다. 땅은 기름지고, 자원은 풍부하며, 기후는 온화하다. 차를 타고 10시간 이상 달려도 산이 나타나지 않느다. 여기에 불교 문화를 밑바탕에 둔 온화한 성정까지 더해져 매력적이게 한다. 같은 아시아권에 있음에도 미얀마의 독특한 불교 문화는 독특하다. 얼마 전까지 스님들에게 1심 판결권도 있었다. 사원을 중심으로 거주지가 형성돼 모든 일상이 불교 속에서 이뤄진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 스님이 되려면 특정한 자격이 있나.

“특별한 자격 기준은 없다. 일반인도 태어난 세 번의 스님 생활을 한다. 휴가철 또는 연휴를 이용한다. 동남아시아 국가 불교가 세속화된 반면 미얀마는 불교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다. 이른 아침, 탁발 공양에 나서는 스님들을 보면 절로 존경심이 인다.”

- 생활 속에서 불교 문화는 어떻게 작용하나.

“탁발 공양으로 아침을 연다. 탁발을 하는 동안은 말을 해서는 안 되며, 맨발이다. 또 모든 관혼상제가 불교 속에서 치러진다. 태어나 작명을 부탁하고,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죽으면 사원에 알리고 장례를 치른다. 모기가 물어도 스님들은 쫓을 뿐이다.(웃음) 생명 존중이다.”

- 경제력에서는 우리보다 뒤쳐지지만 미얀마인들에게 배워야할 게 있다면.

“노인 공경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노인 혼자 화장실에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반드시 젊은 사람들이 부축을 한다. 60이 넘은 노인을 부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모님을 부양하기 위해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는 젊은 사람들도 흔하다. 또 참고 기다리는 문화다. 경적 소리가 없고, 차량 수리를 위해 장시간 길을 막아도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한국을 떠나니 한국이 잘 보인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