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전북 농업은 캄보디아에 '희망의 씨앗'

빈곤 악순환 빠진 고국 농민에 도움됐으면 농민 옆에서 돕는 한국의 농업정책 인상적

기사 작성: 정성학 기자 - 2015.10.25 19:17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 캄보디아 하면 떠오른 단어다. 찬란했던 고대 문명이 살아 숨쉬는 앙코르와트의 영광과, 참혹했던 현대사의 생채기가 깊은 킬링필드가 공존하는 땅이다. 캄보디아 농민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팟판나씨(27)를 만나봤다.

판나씨는 ‘캄보디아의 우장춘’을 꿈꾸는 유학생이다. 올해로 전북살이 5년차다. 캄보디아 최고 명문대인 왕립 프롬펜대학을 나온 그녀는 현재 전북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있는 농생명 학도다.

고창 대산면에 있는 전북도 농업기술원 수박 시험장에서 연구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수도 프놈펜에서 140㎞가량 떨어진 메콩강 섬마을, 까탕마이가 고향이다. 수돗물도, 전기도 안 들어오는 곳이다.

하지만 ‘풀하우스’와 ‘대장금’에 매료된 한류 팬이기도 하다. 발전기를 돌려 봤던 TV 드라마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녀의 여동생 또한, 최근 판나씨를 뒤쫓아 서강대로 유학왔다.

가난한 농부의 네 자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녀의 꿈은 뭘까? 바로, 캄보디아의 농업 부흥을 이끌 리더다. “누군가의 도움없인 스스로 일어설 수 없을 정도 너무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농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판나씨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농사짓고 술을 빚어 내다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네 자매 모두 명문대를 졸업시키는 등 헌신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다. 판나씨에겐 특별히, ‘꽃(파나)’이란 이름도 지어줬다.

‘판나’란 지금의 이름은 어렸을적 학적부에 잘 못 적은 게 굳혀졌다고 한다. 그런 판나씨, 캄보디아의 우장춘이 될수 있을까? 가난한 농민들의 희망인 ‘파나(꽃)’가 되길 응원해본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인터뷰> “캄보디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싶어요!”

△한국살이 5년차치곤 한국어가 유창하다.

"어렸을 적부터 TV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 ‘풀하우스’와 ‘대장금’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 최고의 작품이다. 그러던중 대학에 입학했는데 우연하게 한국어과가 개설됐다.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도 배워두면 좋겠다 싶어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사람처럼 생겼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한국 유학을, 더욱이 이름조차 생소한 전북을 어떻게 알게 됐나?

"어느 나라든지 유학하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와 태국어까지 배웠다. 하지만 전공과 맞는 장학금을 주겠다는 나라는 없었다. 그러던 중 대사관에서 전북대학교에 알맞은 장학금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해줬다. 연락을 받자마자 기회를 놓쳐선 안 되겠다 싶어 망설임 없이 하루만에 유학을 결정했다. 가족들도 기뻐하고 지지해줘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2011년 여름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선 농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인데?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벼운 병충해만 퍼져도 뭔지도 잘 모르고, 뒤늦게 알아도 해결할만한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농민들이 너무 많다. 수많은 농업연구소들이 농민들을 도와주는 한국과는 다르다. 캄보디아도 누군가가 농민들을 도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한국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이 발전했다. 특히, 농촌 곳곳에 농업연구소가 설립돼 농민들에게 서비스 해준다는 게 감동적이다. 농작물이 병들면 가까운 농업연구소만 가도 곧바로 진단해 처방해준다. 약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농민들을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엄청 많다. 캄보디아는 그럴 기술도, 돈도 부족해서 못하는데 한국은 국가가 농민들을 돕는다는 게 인상적이다."

△전북살이 쉽지않을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 입국했을 때 서울에 한달간 머물면서 음식을 먹지 못해 많이 고생했다. 그러다 전주로 왔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 이제 살았구나 생각했다. 서울에서 빠졌던 살도 다시 쪘다.(웃음) 처음에는 쇠불고기, 닭갈비, 삼겹살만 좋아했는데 지금은 순대국과 만두만 빼고 다 좋아한다. TV로만 봤던 눈을 처음 봤을때도 잊지 못한다. 너무 신기하고 예뻤는데 한국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이상했다. 녹으면 더러워지고 길도 막혀 힘들기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 알았는데, 여기서 몇 년 살다보니 나도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게 신기했다."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은 없었는지도 궁금한데?

"서울에 잠시 머물때 겪었는데 서양사람은 좋아하면서 동남아, 특히 캄보디아에서 왔다고하면 눈빛이 달라졌다. 그럴 때마다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어느 나라든지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은 다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전북에서는 그런 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았다. 전북 사람들은 친절하고 배려심도 깊다. 지금 나에게 한국은 캄보디아와 같다."

△낯선 땅에서 느끼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클 것 같은데?

"향수병은 없는 것 같다. 늘 공부하고 일하고 너무 바빠서 집을 그리워할 시간도 없다. 가끔 가족이 떠오를 때면 내가 한국에 온 목적은 공부라고 스스로 달랜다. 나중에 귀국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리우면 연구소 주변에 사는 고향 사람들과 파티를 연다. 결혼이나 직장을 찾아 온 사람만 20명이 넘어 고향처럼 여겨질 정도다. 무엇보다 지난 여름 나를 따라 서강대학교로 유학온 동생이 서울에 머물고 있어 큰 힘이 된다."

△끝으로, 꿈이 있다면?

"내 꿈은 명확하다. 캄보디아 농민들도 잘 살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 유학을 왔고 월급을 아껴 모은 돈으로 캄보디아에 농지 6㏊도 사놨다. 연구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박사과정 끝나면 곧바로 귀국해 시작할 생각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농업장관이 돼 농업을 혁신하고 싶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한국은 편하고 좋지만 내가 있을 곳은 캄보디아라고."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Tip> 전북 속 캄보디아

캄보디아는 태평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인도차이나반도 중앙에 위치했다. 국토는 18만여㎢로 우리 나라보다 2배가량 넓지만 인구는 3분의 1수준인 1,500여만 명이다. 농업이 주 산업이다. 전북과는 인적 교류가 활발한데 전북대와 군산대 등이 방학 때마다 해외봉사단을 파견한다. 원광대 익산캠퍼스에는 18년 전 봉사 도중 현지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의료봉사단을 기리는 추모비도 세워졌다. 3년 전에는 무주산 딸기 묘종이 첫 수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전북에는 팟판나씨와 같은 유학생 35명을 비롯해 결혼 이주여성 500여명과 이주 노동자 1,200여명 등 모두 1,740여명의 캄보디아인이 살고 있다. 전체 외국인 주민 4만3,140여명 중 4%정도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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