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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할배, 뒤틀린 대한민국에 걸맞은 블랙코미디로 거듭나다
[주말엔-MOVIE] ■ 우리 손자 베스트
2016년 12월 22일 (목)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APSUN@sjbnews.com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후 많은 국민들이 2년 동안 애도를 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했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농성중인 천막 앞에서 폭식시위를 하거나 유가족들을 선동세력이라고 말하며 광화문에서 나갈 것을 종용하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다. 잠깐 벌어진 돌발사건으로 보기엔 이들은 이미 십 수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며 적잖은 파장을 낳았던 사람들이었다. 젊은 세대들이 주축으로 활동하는 일간베스트, 애국보수를 자처하는 노인들로 구성된 어버이 연합이 꽤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며 묵과할 수 없는 사회현상이 되어버렸다. 더는 마냥 ‘한심한 세력’이라는 말로 일축해버릴 수 없는 상황이 된 요즘 <우리 손자 베스트>는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측면에서 필요했던 시각을 갖춰 일베와 어버이 연합을 모티브 삼은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취업준비중인 20대 백수 교환(구교환)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너나나나베스트에서 키보드 워리어로 활동하는 것을 낙으로 삼은 채 근근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어느 날 교환은 자신의 카메라 중고거래를 위해 탑골공원 근처를 방문한다. 한편 어버이 별동대로 활약하며 좌파척결과 국가부흥을 외치며 전방위로 활동 중인 정수(동방우)는 언제나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한탄하며 종일 분주하게 움직인다. 탑골공원에서 시국토론을 하던 노인들을 응징하기 위해 정수는 어버이 별동대 동료들을 불러 구타를 하기 시작하고 이 때 팔려던 카메라로 자신을 찍던 교환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교환을 좌파언론으로 생각하고 공격했던 정수는 교환이 온라인 커뮤니티 ‘너나나나베스트’에서 활동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급격히 친밀해진다.

< 우리 손자 베스트>의 영제목은 ‘The Great Patriots’, 문자 그대로 위대한 애국자들이란 뜻이다. 우리나라 제목이 영화가 현실로 끌어들인 일베와 어버이 연합을 적절히 담아냈다면 외국 제목에서는 그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수는 교환과 함께 본격적으로 만나서 실행에 옮긴 일들이 어디까지나 위기의 대한민국을 걱정한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흥미롭게도 교환은 그런 정수에게 조금씩 감화되기까지 한다. 영화 속에서 그들의 행동은 적어도 스스로를 속이진 않는다. 그러나 계획에 활용되는 수단이 폭력, 모욕, 납치, 테러가 연루된다는 점에서 교환과 정수를 인간적 연민으로만 떠안는 것 역시 녹록치 않다.

영화는 두 인물의 사생활과 주변 환경을 흥미롭게 묘사한다. 교환은 무언가를 계속 찾아다니며 세상을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다. 교환의 가족은 집안사정은 부족할 것이 없지만 거실에 따로따로 걸려있는 개인 사진처럼 서로 겉돌 듯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교환은 백수 신세 때문에 집에서도 사실상 나와 있는 상태다. 그에게 일상이 되는 일이라고는 은행 직원에게 불만처리를 빌미삼아 잠자리를 갈구한다거나 전화로 영어강사와 통화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의 두서없는 일상을 보내며 억눌려있는 욕망이나 외로움 등을 표출하는 것이다. 어버이 별동대로 활동하는 정수는 탑골공원과 종로 일대에서 무서울 것이 없다. 음식점에서 동료노인들의 밀린 술값을 내주기도 하면서 위세를 떨치지만 정작 보훈처 직원에겐 굽신거리며 애국자로 인정받기 위해 애지중지하는 중학생 손자에겐 꼼짝 못한다. 제대로 된 집이 아닌 옛날 목욕탕을 개조한 공간에서 살면서도 애국활동을 인정받기 위한 정수의 노력은 잠시나마 ‘츤데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 우리 손자 베스트>는 <창피해>,<귀여워>등의 독특한 작품으로 스승이었던 장선우 감독의 뒤를 잇는 감독으로 평가받던 김수현 감독이 12년 만에 개봉영화로 돌아온 작품이다. 매 작품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격찬과 혹평을 오가는 극단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던 김수현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우리 손자 베스트>는 올해 개봉했던 한국영화들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인 화두와 연출방식으로 중무장한 작품이다. 결코 영화는 교환과 정수의 상태를 계도하거나 진부한 파국으로 몰진 않는다. 두 사람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생활패턴을 버리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단지 이들의 묘한 연대와 충돌들을 보면서 종래의 한국영화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종류의 코미디를 만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영화는 해묵은 교훈을 넘어선다.

출연한 배우들 역시 감독 못지않게 범상치 않다. 대표적인 노사모 연예인으로 알려진 명계남이 ‘동방우’로 개명을 하며 그의 정치적 성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만으로도 독특하다 할 수 있다. 상대역 교환을 맡은 구교환은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배우와 감독 양쪽으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낸 걸출한 영화인이다. 두 사람에 이어 크레딧에 이름을 올린 김상현 배우는 주요 출연 배우 세 명 가운데서도 김수현 감독과 가장 인연이 깊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김수현 감독이 연출한 4편의 작품 중 3편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다. 특히 지난 2013년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섹션에 출품된 독특한 실험극 <연소, 석방, 폭발, 대적할 이가 없는>은 김상현 배우의 단독 주연작 이면서 동시에 실제 김상현의 중심으로 구성해나간 작품이었다.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도 김상현은 본 직업인 성우로 출연하며 자신을 온전히 투영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갈수록 뒤틀려가는 인간상을 목격하는 일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최적의 풍자와 블랙코미디를 선보이는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는 12월 8일에 개봉되어 상영 중이다.

/김선중 전주영화제작소 영화관 운영매니저

   


<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감독 : 김수현 ∥ 출연: 구교환, 동방우(명계남), 김상현 ∥ 130분 ∥ 드라마, 코미디 ∥ 청소년 관람불가

■ 개봉일시 : 12월 8일 목요일
■ 상영장소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전주영화제작소 4층)
■ 관 람 료 : 일반 5,000원, 할인 4,000원(후원회원, 만 65세이상, 장애인, 청소년, 국가유공자 등)
■ 문 의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063-231-3377 (내선 1번) / http://theque.jif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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