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토연구원 도시정책연구센터는 '저성장 시대의 축소도시 실태와 정책방안'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1995~2015년까지 40년간의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 등을 활용해 42개 지방 중소도시를 상대로 인구 변화 추이 등을 분석한 결과 20개 도시를 심각한 인구 감소를 겪는 '축소도시'로 규정했다.

'축소도시(shrinking cities)'는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구감소로 기반시설의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다. 최근 20년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최근 40년간 정점 인구 대비 25% 이상 줄어든 도시들이다, 1988년 독일 학계에서 개념이 나온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북에서는 익산, 김제, 정읍, 남원 4곳, 경북 7곳, 강원 3곳, 충남 3곳, 전남 2곳, 경남 1곳이 해당됐다. 가장 심각한 단계인 '고착형 축소도시'에는 정읍, 남원, 김제 등 9곳이 꼽혔다.
20개 도시 모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14%인 고령화 사회 이상 단계이고, 빈집 비율은 전국 평균 6.5%를 넘어섰다. 재정자립도는 2015년 기준으로 30%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각 자치단체들은 심각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거나, 축소현상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 성장 위주의 도시계획만을 고집하고 있다.

전북의 인구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익산, 김제, 정읍, 남원 4곳의 문제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전북을 존속시키고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성장지향적 도시계획 방식에서 인구 축소에 맞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다. 미국 버클리대학 도시지역개발연구소에 의하면 세계도시의 1/6의 도시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의 지방 도시들은 어떠한 방향으로 축소를 유도하고 어떤 도시형태를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답해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일본, 독일, 미국 등 해외 각국에서는 도시축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소된 도시규모에 맞춰 거주 환경을 재조정하는 '도시 다이어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축소를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구감소는 도시인구 1인당 소득의 마이너스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속적인 도시 성장을 위해서 어떻게 하면 지혜로운 성장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즉, 도시를 문화적,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보다 경쟁력 있게 재창조하자는 것이다. 기존의 도시자원의 재편, 재이용을 통해 도시의 부하를 경감하는 방향으로 도시규모를 현명하게 쇠퇴(스마트 축소)하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개발만 하면 수요가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시대가 아니며, 상가와 산업을 유치하면 경제가 활성화되는 시대가 아니다. 국토연구원 구형수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중소도시의 도시기본계획은 ‘어디부터 개발할까’보다는 ‘어디가 줄어들까’. ‘줄어들면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촌도시를 중심으로 도시쇠퇴가 시작되었고 이제는 전국 3,500개 읍면동 가운데 70%에 가까운 2,300여개 읍면동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쇠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 중소도시는 인구 감소로 기업체와 젊은 층이 떠나면서 세수가 줄고, 부동산이 방치되고 노인층이 늘면서 공공서비스 유지비용은 증가하고, 결국 재정상황이 악화돼 삶의 질 하락으로 연결되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도시전략은 전폭적으로 방향 전환이 요구된다. 전라북도는 하루빨리 축소도시 대응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축소도시 사회현상과 환경변화에 대비하여 TF 신설 및 조직개편 등을 통해 인구정책, 토지이용, 도시계획, 공동체 형성 등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