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후변화에 따른 돌발 병해충 발생,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국립식량과학원 경지이용작물과 농업연구관 김우재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7월 22일 13시55분

최근 ‘러브버그’라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떼의 습격이 이슈가 되고 있다. 등산로를 새까맣게 덮은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SNS를 통해 퍼지더니, 급기야 지상파 뉴스에도 등장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낯선 이 곤충은 갑자기 대규모로 출현하며 국민에게 생소한 공포를 안겼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몰고 온 현상이라 지적한다.

이러한 변화는 농업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평균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의 변화로 농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으며, 병해충 발생 양상도 갈수록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병해충의 북상, 월동지역 확대, 발생시기, 발생량의 불규칙성이 두드러지며, 피해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기 드물던 열대거세미나방, 생태형이 다른 벼멸구 등 외래 해충이 서해안으로 상륙하여 피해를 주고 있으며, 국내 병해충인 검은밤나방, 갈색날개매미충, 잎집무늬마름병 등도 예년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대발생한 벼깨씨무늬병이다. 과거에도 존재하던 병이지만, 그동안은 수확량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긴 장마와 야간 고온, 잦은 강우와 같은 기후변화가 겹치면서 피해가 확산돼 농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점점 복잡해지는 병해충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시해 본다.

첫째, 병해충 예찰·진단 시스템의 고도화가 시급하다. ICT 기반의 스마트 예찰 장비와 기상 정보를 융합한 정밀 예측 모델을 통해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지역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드론 및 원격탐사 기술을 활용한 공간 기반 병해충 탐지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내재해성 품종 개발 및 보급이 중요하다. 병해충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함께, 기존 품종의 지역 맞춤형 관리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미작연구소 등과의 협력을 통해 외래병해충 저항성 육종 및 생명공학적 접근을 해야 한다.

셋째, 방제 기술의 친환경화 및 다양화도 요구된다. 화학농약에만 의존하는 기본 방제 방식은 내성 문제를 유발하고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생물학적 방제, 천적 활용, 미생물 제제, 기계적 방제를 병행하는 통합병해충관리(IPM, Integrated Pest Management)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농업인 대상 교육·홍보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돌발 병해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신속한 대응 능력을 갖추기 위해 지역 농업기술센터 중심의 교육이 확대되어야 하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신속한 정보 전달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대응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협력 체계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지자체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기후와 병해충 정보를 통합한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외래 병해충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검역·출입국 관리도 강화돼야 한다.

기후 위기 시대의 농업은 더 이상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할 수 없다. 선제적이고 과학적인 병해충 대응체계 구축을 통해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식량안보를 지켜내는 노력이 절실하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선택의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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