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순창군 기본소득 '조삼모사' 논란

-재정난에 농민수당과 아동수당 등 줄여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
-정선군 영양군 등도 마찬가지, 40% 불과한 정부 분담액 높여야

기사 작성: 정성학 - 2025년 11월 10일 15시13분

순창군이 새해부터 모든 주민에게 ‘농어촌 기본소득’을 주겠다면서 농민수당이나 아동수당 등은 무더기 삭감을 예고해 논란이다.

전국적 이목을 집중시킨 논란의 이재명정부 시범사업을 따냈다며 환호성을 터뜨린지 한달도 안돼 불거진 문제로, 국책사업이란 이름을 무색케 지방비 부담이 과도해 조삼모사식 예산 짜내기가 불가피할 것 같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전종덕(진보당 비례·예결특위) 의원은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전국 7개 지자체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 복지예산이나 농업예산 등을 삭감해 그 재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문제의 조삼모사식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한 채 정부의 재정분담 비율을 다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순창군의 경우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2026년도 기본소득 예산 204억 원을 편성하면서 아동행복수당 22억원, 청년종자통장 7억원, 농민수당 103억 원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정선군 또한 어르신 목욕비 삭감과 농업인 수당 지원 보류 등으로 280억 원을 확보, 경북 영양군은 농산물 가격안정화기금과 각종 복지 바우처를 축소해 373억 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반대로 농어촌 기본소득용 재원을 별도로 준비하겠다는 지자체는 경기 연천군이 유일했다.

이런 문제는 국·지방비 분담비율이 4대6, 즉 지자체가 정부보다 무려 20%포인트 더 높은 60%로 설계된 탓이다.

한마디로 재정부담은 지자체에 떠넘긴 채 국책사업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생색내기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전 의원은 “지역 복지나 농업예산을 줄여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되레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훼손하는 정책적 역행”이라며 “진짜 기본소득을 추진하려면 정부가 생색이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농어촌 기본소득은 농민의 삶을 지키는 제도인 만큼, 기존 복지나 농업예산을 대체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정부는 시범사업의 재원 구조를 전면 재검토하고, 국비 비율을 확대해 주민들 피해가 없는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력 촉구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0일 전국 7개 군을 이 같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지로 선정 발표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2026년과 27년 2년간 나이, 직업,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주어진다. 정부는 시범사업 후 평가를 거쳐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너무 커 지속가능성이 의문시 된다는 비판이 꼬리 물고 있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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