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작은 풀꽃은 조용하지만 종종 잔잔한 감동을 주곤 한다"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 2층서 두번째 개인전 갖는 김영순 서양화가 인터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9월 10일 13시12분

"노을이 드리운 풍경과 아주 오래된 벽에 피어난 들꽃을 자주 그린다. 붉게 번지는 하늘빛과 시간의 흔적이 스민 벽, 그 틈에 피어난 작은 풀꽃은 조용하지만 잔잔한 감동을 주곤 한다"

14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본관 2층서 두번째 개인전을 갖는 김영순 서양화가는 자연을 소재로 그리는 작품들은 단순한 형식이 아닌, 세상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기록하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작가는 '묶이지 않는 선들'을 주제로 전시를 갖고 있다. 이 자리는 하나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운 시선과 감정을 따라 펼치는 여정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묶이지 않는 선들이 각자의 마음에 닿아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 제57회 전북자치도 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대상작도 ‘그들의 틈에서’가 전시장에 놓였다.

작품 속 노란꽃은 고들빼기이다. 솜털같은 새순이 조용히 땅을 밀어 올린다. 국화잎처럼 생긴 새순은 우산 모양으로 차츰 자라난다.

고들빼기는 바위와 땅이 만나는 곳이나 바위 틈새에서 꼿꼿이 잎을 내고 꽃을 피워낸다.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피는 눈물 나게 작은 꽃, 고들빼기의 고고한 자태가 반갑기만 하다. 고난의 바위 틈새에 힘겹게 살아가는 민초들의 고된 삶을 고스란히 대변해준다. 그래서 고들빼기 김치가 전주의 대표 먹거리가 되는가.

태양의 희망을 담은 해바라기는, 그의 대표 연작을 통해 생명의 에너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직접 건네는 시간이다. 작가에겐 해바라기는 단순한 꽃의 묘사가 아니다. 해바라기는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닌, 인간 존재의 갈망과 정서, 치유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회화적 상징 언어다.

"해바라기 연작은 단순히 꽃을 그리는 것이 아닌, 태양이 지닌 찬란한 빛과 그 에너지를 화폭에 담는 시도이다. 해바라기가 고개를 들 듯, 이 그림들이 절망의 그림자 속에서도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를 북돋아주기를 바란다"

작가는 팬데믹 이후 상실과 회복의 교차점을 감지하며, 관객에게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해바라기 연작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그의 작업은 금색과 노란색 계열을 중심으로 하는 따스한 색채로 확장된 근접색의 활용으로 감성의 층위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재료의 질감을 적극적으로 도입, 화면에 빛과 생명의 결을 조형적으로 부여한다. 해바라기의 꽃잎은 과장되었으나 생동감을 잃지 않으며, 중심부에서는 원심적 곡선의 흐름이 확장되며 개인과 사회의 희망, 굳건한 생명력을 형상화한다.

“화면 중심으로 힘 있는 곡선의 확장과 집중은 개인, 가정, 사회의 강건함을 기원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나이프로 작업을 했으며, 해바라기, 사과 등과 노을, 길 등 정물과 풍경 시리즈물을 선보이고 있다.

노을을 주제로 '마띠에르(matière)' 기법을 사용했다. 노을의 짙은 색감과 빛의 표현을 마띠에르 기법으로 더욱 생생하게 살려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노을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감동을 제 짧은 언어로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인간적인 한계가 그림들을 빛 속으로 이끌었다. 빛을 향한, 빛 속에서 모든 것이 다 드러나는 작업을 했다. 이는 마띠에르를 통한 과거와 미래의 시간여행의 여정에 다름 아니다.

"앞으로도 소중한 순간들을 오래 들여다 보면서 기록하고 싶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따뜻한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치른 작가는 2023 영·호남교류전, 한국마술협회 회원전, 한국미술협회 도지회전, 환경미술협회 회원전, 아르노마트 회원전 등에 작품을 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및 입선, 전북특별자치도 미술대전 대상, 특선 및 입선, 전국 온고을미술대전 우수상 및 특선, 갑오동학 미술대전 대상 및 우수상, 춘향 미술대전 대상 및 우수상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환경미술협회 회원, 아르노마드 회원으로 쑨화실을 운영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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