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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광역의원 경선, 권리당원 100% 방식의 한계와 개방형 공천의 필요성”

오상영 전 원광보건대학교 겸임교수

기사 작성:  복정권 - 2025년 11월 10일 12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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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광역의원 공천을 권리당원 100% 투표 방식으로 확정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 측면에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정청래 대표가 밝힌 바와 같이 “여론조사 없이 권리당원만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은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공정성과 개방성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권리당원 중심의 경선은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민주정치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특히 기초·광역의원 선거는 정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라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다. 기초·광역의원은 주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책을 만들고, 행정의 잘못을 감시하며, 예산을 심의하고 집행을 견제하는 ‘생활 정치의 최전선’에 서 있다. 그만큼 이들의 선출 과정은 특정 정당의 이해보다 지역 주민의 민의를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권리당원 100% 투표 방식은 그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결과적으로는 민심보다 당심이 우선되는 폐쇄적 정치 구조를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계파나 조직이 당원 모집을 통해 공천을 사실상 장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조직된 당심’이 ‘조용한 민심’을 압도하게 되면, 경선은 민주주의 절차가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전북의 현실은 그 구조적 문제를 가장 명확히 보여준다. 전북 다수 지역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경선이 곧 본선이 되는 지역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는 일부 내부 인사의 판단이 곧 주민의 선택으로 둔갑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지역 유권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제한하고, 지방의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제는 정당이 ‘당원의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권리당원 50%, 국민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는 절충형 경선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방식은 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균형 있는 해법이다. 여론조사를 병행하면 조직 동원의 불공정성을 줄이고, 보다 다양한 시민이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정당의 문턱을 낮추는 개방형 공천은 지방정치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공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은 정당의 신뢰와 직결된다. 도덕성과 민심을 외면한 공천은 곧 정치 불신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아간다. 기초·광역의원은 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공의 대리인이지, 정당의 명함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들의 자리에는 지역의 현실을 알고, 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할 의지와 도덕성을 갖춘 인물이 서야 한다.

필자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제도 논란이 아니라 민주당의 존재 이유와 민주주의의 방향을 묻는 문제라고 본다. 권리당원 100% 경선은 명분은 ‘당원 주권’이지만, 그 속에는 민심과의 괴리를 확대시킬 위험이 크다.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의 축소판이 아니라, 주민의 손으로 완성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기초·광역의원은 정당의 대표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을 책임지는 주민의 대표다.

민주당이 진정한 국민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권리당원 중심의 폐쇄적 구조를 넘어 국민과 함께하는 참여형 공천제도로 나아가야 한다. 정당의 혁신은 제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결단해야 할 때다.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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