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절제된 몸놀림,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는 그 춤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재즈댄서 김희선(27)씨이다. ‘춤꾼은 일단 춤을 추기 시작하면 그 춤을 맺을 때까지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법이다’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김씨는 들어오는 사람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춤 속에 빠져 있었다.

“춤을 출 때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요. 오로지 춤에만 미쳐 있는 거죠. 특히 제가 방금 춘 ‘리리컬 재즈댄스(Lyrical Jazz)’는 느린 음악에 손짓 하나만으로도 감정 표현을 최대한 할 수 있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의 춤이에요.”

어린 시절 TV에 나오는 백댄서의 춤을 따라는 게 하루 일과였던 김씨는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부모님의 권유로 에어로빅을 전공했다. 하지만 김씨는 에어로빅을 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한계를 느껴 선수생활을 접었다.

“어느 날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만 뒀어요. 그러면서 집안도 어렵고 해서 아예 춤을 접으려고 했죠. 그런데 우연히 한 연습실에서 딱 한 번 본 그 춤이 머릿속을 떠나 질 않는 거예요. 이게 내가 추고 싶었던 춤이구나 하고 느꼈죠. 그게 재즈댄스와 저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하지만 정식으로 무용을 전공한 적이 없었던 김씨. 특히, 전문 댄서로 출발하기에 22살의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다며 재즈댄서로서의 생활도 순탄치 않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지난 5년간 하루도 연습을 거른 적이 없다는 김씨는 오직 ‘춤꾼’으로서의 열정과 노력으로 어려웠던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노력의 흔적은 삐뚤어진 발가락과 딱딱하게 박힌 굳은살로 고스란히 발에 훈장처럼 남았다.

“제 발 못생겼죠? 이게 제 삶의 흔적인 만큼 자랑스러워요. 늦게 시작한 만큼 남들 자는 시간에도 오직 춤만 췄거든요. 힙합이나 현대무용은 조금은 익숙했지만 처음 발레를 배울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한 가지 동작이 더 늘어간다는 마음에 즐거웠어요.”

그런 끊임없는 노력 덕분인지 그는 휘트니스센터 외에도 중고등학교 방과 후 활동, 전주시 평생교육 재즈강사로 활동하며 도내에서 차세대 재즈 댄서로 인정을 받았다.

하루 일상이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나는 김씨는 화가 나도, 즐거워도 모두 춤으로 표현해 낸단다. 타고난 ‘춤쟁이’이란 말이 꼭 그녀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재즈댄스의 매력은 자유로움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김씨. 그는 재즈가 모든 음악과 잘 섞이는 것처럼 재즈댄스 역시 어떤 음악과도 잘 어울리는 친화력이 있다며 다양한 스텝, 순간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재즈댄스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재즈 안무를 짤 때나 강습을 할 때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둔다. 내재된 감정을 표출해야만 같은 동작 하더라도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기본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그의 또 다른 원칙이다.

김씨는 “재즈댄스를 추기 위해서는 스트레칭부터, 분리운동, 근력운동 등 어느 하나를 빼먹을 수 없어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분을 사용하는 댄스거든요”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준비 과정 때문에 유연성을 기를 수 있고 몸의 선이 아름다워 질 수 있다며 여성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고. 타고난 재능을 넘어 노력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몸으로 표현 하고 있는 김씨. 그는 다음 달 다양한 춤을 보고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다. 더 춤의 세계는 끝이 없기 때문에 항상 배워야 하기 때문이란다.

세계 각 나라의 춤을 배워 재즈댄스에 접목 시키고 싶다는 김씨는 “어디서든 신명나는 춤판위에 서 있는 춤꾼으로 남는 그날 까지 영광의 상처가 더 생길 것 같아요” 라며 춤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보여줬다.

<재즈댄스 종류>

*리리컬 재즈(Lyrical Jazz) 발레적 기교를 쓰는 춤의 스타일. 음악의 가사에 따라 안무를 해 줄거리 이해에 도움을 주기도 하며, 발레의 기본기가 필수적인 요소로서 중·상급 수준의 댄서들에게 적합하다.

*뮤지컬 재즈(Musical Jazz) 미국의 브로드웨이의 무대나 뮤지컬에서 주로 추는 춤의 스타일. 무용의 테크닉 뿐만이 아니라 작품 성격에 따른 연기력도 필수.

*펑키 재즈(Funk Jazz) 뮤직 비디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 동작이 분명하고 음악이 강한 빗트를 요구해 재즈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모던 재즈(Modern Jazz) 현대무용적 요소를 많이 접목한 춤 스타일. 순수 재즈 공연에서 주로 춘다.

*라틴 재즈(Latin Jazz) 라틴춤에 재즈댄스를 접목해 추는 춤 스타일. 분위기를 높여주고 즐겁게 하여 보는 이들도 함께 즐거움을 주는 것이 특징.

/김성아기자 tjddk@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