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램프사이]<12>폴모리아 '아리랑의 기적'
[음악과 램프사이]<12>폴모리아 '아리랑의 기적'
  • 조현태 시민기자
  • 승인 2009.01.11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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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청소 뒤끝에 물기가 배여 있는 마루 바닥에선 연필향이 정감으로 풍겨온다.주인은 엽차 한 잔을 내놓을 때도 붉은 적송에서 채취한 솔잎을 재웠다가 울궈냈다는데 투박한 엽차 잔에 솔잎 하나 띄워 내놓는다. 달콤 쌉살한 것이 굳은 마음을 금새 펴준다.

엽차 한 잔으로도 행복하고 차를 다 마신 것 같다. 차와 함께 토실한 경단이 빛 좋아서 한편으로 집주인이 궁금하고 또 한편으로는 단골손님으로 눈도장도 찍을 요량에 바쁘더라도 찻물 좀 올려 달라고 주문을 했더니 외씨버선 치마자락에 감추고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찻잔을 주워 세는데 먼 옛날사람 같았다.

실마루 건너편에는 한옥체험을 즐기는 탐방객들의 잡다한 소리와 가야금 소리가 뒤섞였다가 풀어지곤 했다. 이윽고 동백기름 옥비녀에 단아한 매무시 끝으로 한 순배 돌아가는가 싶더니 팽팽한 소릿줄을 감상하는 체험객들은 드문드문 주안상 상머리에 타닥타닥 리듬을 놓는다.

고매한 난향을 간직하고 있다는 한벽루에서 싸전다리를 거슬러 물길 타다 보면 소리꾼들의 목 다듬는 소리를 갈숲사이로 심심치 않게 듣곤 했다는 한 선배는 목전에서 가야금 소리는 처음이라며 아리랑 연주에 흥에 겨운듯 노랫말을 잇대기도 했다.

찬서리 오동잎새에 겹겹이 쌓인 서걱거리는 소리까지 담아낸다는 오동나무의 공명. 기러기 발 모양새를 닮은 안족에서 내리는 아리랑 선율은 밀어 올리고 저미어내는 농현을 잡는가 하면 다른 한손으로 아르페지오 그 현란한 기교에 한순간이라도 어디다 마음 놓을 수가 없었다.

1975년 첫 내한 공연을 가진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작곡가겸 지휘자인 폴모리아(사진)는 아리랑을 우연히 듣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한국의 구전민요라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1976년 아리랑의 기적 (Arirang Mircle)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레코딩을 할만큼 그의 아리랑 사랑은 남달랐고 세계 곳곳 연주 여행 중에도 레퍼토리에서 아리랑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있는 자 없는 자 가릴 것 없이 기쁨이 넘치면 아라리요, 슬픔과 한이 가로막으면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선땅 지천으로 널린 풀꽃만큼이나 그 수도 많았던 아리랑.

각국 내노라하는 작곡가, 음악가가 참여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을 뽑는 대회가 열렸다. 이때 아리랑이 미국과 영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등 각국 심사위원으로부터 83%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 1위로 선정됐다. 1983년 당시 신문에 실린 글을 참고 하지면 선정 과정에서 한국인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리랑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 “감상 중에 몇 번이고 흥이 넘쳐났다.", “말로는 다 표현 할 수 없었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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