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도의회 20년…여성은 없다

지방자치 부활 20년에도 여성상임위원장조차 전무…폐쇄적 운영 논란

기사 작성: 임병식 기자 - 2012.06.19 19:00

전북도의회에는 4명의 여성 의원이 활동 중이다. 재선의 통합진보당 오은미(순창), 초선의 새누리당 이계숙(비례), 민주통합당 정진숙(비례), 통합진보당 이현주(비례) 등 4명이다. 여성 의원들은 학연·지연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성 의원과 달리 소속 정당을 초월해 집행부를 상대로 날선 비판과 함께 견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제9대 하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출마자들 간 합종연횡이 치열한 가운데 전북도의회에 여성 의원은 없다. 의장단은커녕 상임위원장, 상임위원회 간사 물망에도 오르내리지 못하고 있다. 모든 논의가 남성 의원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다양한 조합이 거론되지만 여성 의원은 아예 논의대상에서도 배제돼 있다.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여성 의원의 실종은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을 맞는 전북도의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도의회 운영이 민주통합당과 남성 의원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수와 약자를 대변한다는 지방의회가 정작 남성과 다수당 중심의 나눠먹기로 일관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여성 의원 홀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전국여성지방네트워크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권고 규정에 불과한 선출직 30% 여성할당을 강제 규정으로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남성 기득권에 밀려 30% 공천비율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전체 300명 가운데 사상 최대인 47명(15%)의 여성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등 여성의 정치참여는 시대 흐름이다.

그러나 전북도의회의 남성 의원 중심의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의회운영은 이러한 시대 흐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반면 전북도의회와 달리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경남도의회, 충북도의회, 부산시의회 등 다른 광역의회는 여성 출신 부의장 배출은 물론 여성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게 자연스런 정치문화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경우 재선의 조규영 의원(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초선의 박양숙(민주당) 이진화(새누리당)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경기도의회는 민주당 김유림 의원이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장, 경남도의회는 새누리당 임경숙 문화복지위원회 부의장, 충북도의회 민주당 최미애 의원이 교육위원장, 부산시의회는 새누리당 신숙희 의원이 윤리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문화·교육 등 여성의 특성과 섬세함을 반영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여성 의원은 남성 의원과 함께 의회 운영을 나눠 갖고 있는 셈이다.

기초의회이기는 하지만 하남시의회는 의장(통합진보당 홍미라·2선)과 부의장(민주통합당 방미숙·초선)을 모두 여성 의원이 맡고 있다. 도내의 경우도 익산시의회와 진안군의회 부의장을 각각 여성 의원이 맡는 등 지방의회에서 여성 의원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하지만 재선의원까지 배출한 전북도의회는 여성, 그리고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폐쇄적인 의회운영을 고집하고 있다. /임병식 기자 montli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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