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도의 먹거리 중에는 차(茶)도 빼놓을 수 없다. 흔히 차는 밥 먹고 마시는 후식 정도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이같은 입가심을 넘어 건강을 북돋우는 한방재로, 또다른 누군가에겐 든든한 한끼 식사로 사랑받는 독특한 차도 있다. 바로 쌍화차 얘기다. 그런 한방차로 특화된 정읍 쌍화차 거리를 들여다봤다.



“쌍화차 거리를 아시나요?”

정읍 일원은 야생녹차 재배 한계선으로 잘 알려졌다. 그만큼 차 문화도 오래된 고장이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신동국여지승람(1530년) 등 옛 문헌에도 이 지방 토산품 중 하나로 기록돼 전해져올 정도다.

그런 정읍도심에 어느 해부턴지 전통찻집이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바로 새암로(정읍경찰서~정읍세무서)를 따라 열댓 개가 늘어선 쌍화차 거리다. 하나같이 전통 쌍화차를 전면에 내세워 붙여진 이름이다.

그렇다고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워 마시던 이른바 ‘다방표 쌍화차’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달달한 대추와 계피향보단 작약과 숙지황 등 한약재의 그윽함이 좀 더 깊은 전통 한방차다.

개중 여행객과 네티즌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지역명물로 떠오른 찻집도 적지않다. 지난 주말 찾은 ‘모두랑쌍화탕’도 그중 하나다. 1980년 개업했다고 하니 올해로 34년 됐다. 문턱을 넘어서자마자 은은한 한약재 향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그 향만으로도 원기가 충만해지는 기분이랄까? 대나무로 천장을 엮고 빗살무늬 창호로 햇살을 받는 인테리어도 고풍스럽다. ‘…신선의 계곡에 들어서니 나의 백년 근심이 스르르 사라지는 구나.’ 찻집을 휘감은 김시습(1435~93년)의 ‘유객(有客)’ 중 한 소설이 무거운 마음까지 홀가분하게 만든다.

그런 분위기에 취할무렵 오늘의 주인공 쌍화차가 나왔다. 구들장 아랫목마냥 뜨끈뜨근한 돌잔에 담겨서다. 찻숟가락을 타고 흐르는 걸죽한 향은 코끝을 맴돌고 쌉쌀한 맛은 혀끝을 감도는 게 제대로다. 보약 한 첩을 달여놓은듯한 차에는 잣과 밤 등 견과류도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