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름은 문헌을 저작하는 남정네들이 아니라 주로 음식을 만드는 할머니나 어머니 등 아낙네들에 의해 각각의 음식을 구분 짓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재료(a). 조리법(b)과 음식의 분류(c) 등을 조합하여 붙여지게 된다. 밥, 국, 김치, 찌개, 나물 등 음식의 분류만으로도 쉽게 조리법을 알 수 있는 우리 밥상의 기본이 되는 음식들은 오곡밥, 미역국, 배추김치, 된장찌개, 시금치나물 등과 같이 주로 a+c를 결합하여 부르고, 같은 재료로 만들어지지만 조리법에 따라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은 생선구이, 생선찜과 같이 재료와 조리법을 결합하여 a+b로 부른다. 또한 비빔밥, 볶음밥과 같이 재료를 굳이 넣지 않아도 쌀을 재료로 하여 만들어지는 밥의 경우에는 조리법과 분류만을 결합하여 b+c로 부른다. 이외에 이들 요소 중 두 가지만을 조합하여 구분하기 어려운 특징적인 뭔가가 더 있다면 a+b+c를 모두 결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비빔밥이라 하더라도 재료에 색다른 특징이 있다면 육회비빔밥, 해물비빔밥, 산채비빔밥 등으로 구분지어 부른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명을 어려운 한자나 외래어가 아니라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을 조합하여 알기 쉽고 부르기 쉽게 매우 과학적으로 명명하여 왔다. 그러다가 이런 음식이야기를 책으로 쓸 경우 사대부가 양반들은 음을 차용하여 한자로 표기하여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양계산업이 발달하며, 1960년대 전기구이 통닭에 이어 1970년대부터 닭도리탕이 음식점에 메뉴로 등장하였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우리네 식성에 잘 맞아 빠르게 인기메뉴가 되었다. 이렇게 대중화되던 닭도리탕은 어느 날 부터인가 왜색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 이유로 이 무렵 유행하던 고스톱 이라는 화투놀이 용어가 단초가 되었다.‘고도리’는 화투에 그려진 다섯 마리 새를 나타내는 일본말로 용어의 유사성을 발견한 사람들이 닭도리탕의 일본말 잔재를 의심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의심을 받아들여 1997년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우리말 어원사전’에서 ‘도리탕’의 어원을 일본어의‘とり(鳥)+탕(湯)’으로 설명하며 일본어와 우리말이 섞인 용어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권장하게 되었고 닭도리탕 이름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닭도리탕은 닭을 뼈째로 여러 조각으로 토막 내어 감자, 당근, 양파 등 채소와 고추장, 고춧가루 등 매운 양념장을 넣고 끓여서 만든 음식으로 조리법에 기름을 넣어 높은 온도에서 볶는 조리법이 사용되지 않으며, 닭도리탕이 일본말에서 유래했다는 어떠한 근거자료로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이 일제강점기 이후 갑자기 생겨난 음식이거나 말은 아니며, 우리 나라사람들이 그 이전부터 먹어왔고 써 왔던 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924년 출간된 이용기의 한식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송도(松都)에서는 '도리탕”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1925년 최영년의 저서『해동죽지』에서는 도리탕(桃李湯)이라고 기록하여 평양의 특산물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20년대 책들에서 개성 또는 평양지역의 명물음식으로 소개될 정도이면 관서지역에서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오랫동안 먹어와 명성을 얻었다는 뜻이 될 것이므로 일본어인 도리가 음식명에 들어간다는 것은 시대적으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한국식품연구원의 권대영박사는 1400년대 책인 『식료찬요』,『의방유취』등에도 위 또는 비위가 좋지 않을 때 닭도리탕을 끓여 먹으면 좋다는 내용이 있으므로 '도리'는 일본어가 아니며 우리말 '도려내다'의 '도리다'에서 온 것으로 닭도리탕이라는 이름은 우리 고유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우리가 주로 먹어왔던 닭백숙, 닭국 등은 닭을 한 마리째 통째로 넣고 끓인 경우이지만 닭도리탕은 닭을 칼로 도려서 토막 내어 파, 마늘 등 자극적인 양념과 채소를 넣어 만들었던 음식이었던 것이 미각의 변화와 함께 고춧가루나 고추장 등 좀 더 자극적인 양념장을 사용하며 끓여낸 음식으로 발전한 음식인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조리법이나 유래, 용어 등의 반론들을 종합하여 '닭매운찜'으로 바꿔 부르자는 의견도 제시되지만 우리 기록에 닭도리탕이 존재하고 양념만 바뀌어 왔을 뿐 조리법도 유사하므로 우리에게 친근한 닭도리탕의 이름을 정확한 근거없이 이렇게 저렇게 바꿔 부르는 것은 너무 이른 속단이다. 많은 식문화 연구자들의 노력으로 맛있는 우리 음식의 재미난 이름들이 소멸되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