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산 오송지
건지산 오송지
  • 새전북 신문
  • 승인 2019.08.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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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건지산이
바로 도심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
양 우 식-시인
양 우 식-시인

전주에 있는 건지산은 야트막한 산이다. 동서남북 사방으로 뻗어있는 등산로는 어디로 오르던지 아기자기하게 등산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는 산이다. 아니 산이라기보다는 산책로에 가까운 걷고 싶은 길이 가득한 산이다.
그러나 도심의 한복판에 있고 야트막하지만 한낮에 들어가도 컴컴하리 만치 태초의 밀림처럼 숲이 우거진 곳이 많다. 이런 건지산이 바로 도심에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오늘은 등산로보다 건지산에서 산속에 감추어 놓고 있는 오송지 쪽으로 방향을 정하였다. 오송지는 작은 규모의 저수지다. 오송지로 가는 길은 여러 군데로 길이 나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이나 원거리에서 오는 사람들은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뒤편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책로를 걸으며 양쪽 길가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편백 숲길을 지나면 3~4분 거리에 있다.
오송지는 도심에 있는 작은 저수지이지만 오염상태가 양호하고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다.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목책 산채로데크가 갈대와 연잎 사이로 구불구불 설치되어있으며 저수지를 한 바퀴 빙 돌아볼 수 있는 산책로에는 삼을 엮어 만든 매트를 깔아놓아 비가와도 땅이 질퍽거림 없이 보행에 불편하지 않도록 해 놓았다.
유일하게 전주라는 지명을 가진 여러해살이 풀인 ‘전주 물꼬리풀’이 저수지 옆 습지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는 이곳.
지난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8월 늦은 저녁, 이곳에 산책 겸 운동 왔다가 반딧불이를 보고 탄성을 지른 일이 있다. 전주 시내에 반딧불이가 살고 있다니!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지만 반딧불이 몇 마리는 불을 깜빡이며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고는 했다. 오래전에 송천동으로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이곳 저수지 주변은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고즈넉한 곳이었다. 주위에 군부대만 있을 뿐 한, 두명씩 찾아오는 낚시꾼 외에는 인적이 뜸하였다.
그러던 곳이 주변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일 년 내내 운동하는 사람과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늘어가는 방문객들로 인하여 지난 여름밤 내가 만났던 반딧불이는 자취를 감출지도 모른다. 그 반딧불이 친구들을 이번 여름에도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언제까지 이곳을 머물러 줄지 알 수가 없다.
저수지 동쪽으로는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서 있다. 듬직한 밑둥치는 깊게 패여 지나온 세월을 담아두고 있다. 버짐처럼 벗겨지는 그 등걸에 잠시 등을 기대고 서면 계절마다 다른 느낌이 등을 타고 흐른다. 저수지를 가로질러 오는 바람이 달고 청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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