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부품소재…4차 산업혁명과 만나다”
“산업의 쌀 부품소재…4차 산업혁명과 만나다”
  • 정성학 기자
  • 승인 2019.11.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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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미래산업 어디로 가나-④첨단 융복합소재

제2 반도체 탄소섬유 국산화 쾌거로 일본 의존도 탈피
사양산업으로 치부돼온 섬유산업 퍼플오션 시장 개척
기저귀부터 우주식까지 만드는 국내 첫 RFT 클러스터
장르 융복합-원소스 멀티유즈로 성공한 K팝 배워볼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은 대략 1,000가지라고 한다. 자동차의 경우 2만개가 넘는 부품이 모여 굴러간다고 한다. 모듈 형태를 갖춘 제법 큼지막한 부품만 세봐도 그렇다. 부품소재 전체를 따져본다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흔히 부품소재를 ‘산업의 쌀’로 부르는 이유다. 최근 일본측 경제보복 조치, 즉 백색국가 제외(전략물품 수출규제)가 부품소재를 겨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부품소재산업 육성이 중요하다는 반증이다. 전북도가 부품소재 기술독립을 선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전북의 부품소재산업 어디까지 왔는지, 앞으로 과제는 뭔지 살펴봤다.

지난 8월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증설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송하진 도지사 등이 국산화에 성공한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탄소섬유를 ‘제2 반도체’처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8월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 증설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송하진 도지사 등이 국산화에 성공한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돌아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탄소섬유를 ‘제2 반도체’처럼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2 반도체 탄소섬유 국산화 쾌거

 탄소섬유는 아크릴이나 셀룰로스 등의 원사를 초고온에서 탄화시킨 신소재를 말한다. 알루미늄보다 가볍지만 강철보다 강하고 초고온에서도 변형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자연스레 레포츠 용품부터 항공우주산업까지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골프채를 비롯해 자동차 차체와 선박 선체, 항공기 동체와 로켓엔진 커버 등까지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다다음달 전주권에서 시범 운행할 수소 시내버스의 연료통도 탄소섬유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은데다 성장 가능성 또한 크다보니 이른바 ‘제2 반도체’로 불린다.
전북은 이 같은 탄소섬유를 국산화시킨 고장이다. 전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쾌거로, 지난 10여년간 전주 한국탄소융합기술을 중심으로 천문학적인 재원을 투자해 원천기술 개발에 공들여온 결과다. 덩달아 전국탄소산업연구조합 회원사 150개사 중 60%(90개사) 가량이 도내에 둥지 틀었다. 앵커기업인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의 경우 중성능급(T700) 탄소섬유 개발에도 성공해 큰 주목을 받아왔다. 현재는 고성능급(T1000)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이를 활용한 탄소융복합소재 시장도 두드리고 있다. 국내 탄소산업의 미래를 전북이 짊어진 셈이다.

완주에 있는 일진복합소재가 탄소섬유로 개발한 수소 자동차용 연료탱크.
완주에 있는 일진복합소재가 탄소섬유로 개발한 수소 자동차용 연료탱크.

 

▲퍼플오션 시장 개척하는 섬유산업
 흔히 섬유산업은 레드오션(red ocean), 즉 경쟁력을 상실한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기술혁신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익산 에코융합섬유연구원이 있다. 올해로 설립 19년을 맞은 섬유연구원은 국내 몇 안 되는 섬유전문 연구소다. 옷을 공기로 빨아 입는다는 국내 어느 대기업의 히트 상품인 스타일러도 여기서 성능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혁신적인 섬유제품도 대거 상용화됐거나 개발되고 있다. 전통 한지사로 만든 의류, 농업용 친환경 생분해 멀칭면포, 블록교체형 한지 면상발열 장판, 친환경 섬유소재를 활용한 미세먼지 차단용 필터, 항진드기 기피용 기능성 원단, 다중채널 센서를 적용해 유아 사두증을 방지토록 한 스마트 필로우 등 다양하다. 앞으론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융복합 기술을 활용해 특정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퍼플오션(purple ocean)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전보호 융복합산업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자면 오토바이 운전자용 라이더복, 잠수부용 심해 잠수복, 소방관용 방화복과 생화학복, 의료진용 세균감염 보호복, 군·경용 방검복과 방탄복 등을 지칭한다. 이경우 도내 섬유산업은 제2 중흥기를 맞게 될 것이란 기대다.

▲몸 속 미세먼지까지 찾아내는 RFT
육안으론 식별이 불가능한 미세먼지를, 그것도 우리 몸 속을 떠도는 미세먼지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가능하다면 그 치유법과 예방법도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도내 연구진이 이 같은 미세먼지의 체내 움직임을, 더욱이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실시간으로 그 축적량과 배출 상태까지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기존 기술로는 불가능했던 영역을 개척한 쾌거다. 주인공은 바로, 정읍 첨단산단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지난 2006년 조성된 첨단산단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 안전성평가연구소 정읍분소 등이 집적화된 국내 유일한 방사선융합기술(RFT·Radiation Fusion Technology) 클러스터다. RFT는 음식료품과 의료기기, 석유화학과 중공업, 정보통신과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자연스레 아기 기저귀부터 자동차 타이어, 컨테이너 검색 시스템, 생체용 초정밀 X-선 단층촬영기, 암 환자용 면역기능 개선 조성물, 신품종 식물종자와 우주인들이 먹는 우주식품까지 온갖 연구가 진행돼왔고 그 신제품도 쏟아졌다.
아울러 익산 의료과학산단과 김제 육종연구단지 등에 그 원천기술도 지원하고 있다. 전북산업에 있어서 RFT 기술은 ‘밝은 미래로 가는 길(Road to Fine Tomorrow)’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정읍 첨단산단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사이클로트론 모습. 양성자를 가속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다.

 

▲원소스 멀티유즈 K-POP에서 배워라
한류의 경제적 가치는 2020년 기준 약 57조 원대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경제적 가치보다 3배 가량 큰 규모다. 그 중심에는 케이팝이 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팬덤을 확산시키고 있는 케이팝의 저력은 뭘까.
케이팝은 기본적으로 팝, 발라드, 힙합, 랩, 락 등 여러 음악적 장르가 융복합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보컬을 비롯해 댄스와 뮤지컬적 요소까지 더해져 그 완성도까지 높였다. 단순한 음반시장을 넘어 영화, 온라인 게임, 캐릭터, 완구류, 가상현실(VR)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영역이 융복합돼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 또한 큰 특징이다.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마케팅 전략이다. 한마디로 케이팝은 융복합 장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원소스 멀티유즈로 그 부가가치를 극대화한 형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닥뜨린 부품소재산업, 케이팝의 세계화 전략을 참고해볼만하지 않을까.

 

실험용 쥐에 미세먼지 표준물질을 기도로 투여한 뒤 시간 경과에 따라 얻은 단일광자단층촬영 영상.

경제보복 방아쇠 당긴 일본…탄소산업 독립 막아선 국회

 

일본측 백색국가 제외 감행, 전북권 신 성장동력 탄소산업 직격탄
 국산 탄소산업 키울 탄소산업진흥원 설립법은 2년째 국회서 낮잠

 올해 넘기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탄소산업 독립의 꿈도 물거품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한지 3개월이 넘어섰다.
하지만 ‘탄소산업 독립법’은 여전히 국회서 표류하고 있다. 법안은 수 십년간 일본에 의존해온, 특히 백색국가 명단 제외와 함께 수입 규제까지 받게 된 탄소섬유 국산화를 주도할 가칭 ‘국립 한국탄소산업진흥원’을 설립토록 규정됐다. 도내 산·학·연·관이 어렵사리 국산화에 성공한 탄소섬유가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이를 기반삼아 다양한 융복합소재를 개발하고 전문인력도 양성하자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문제의 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된 채 하세월이다. 지리한 여야정쟁 속에 관심 밖으로 밀려난 탓이다.
올해를 또다시 넘긴다면 20대 국회 임기말 4.15총선 정국과 맞물려 법안 자체가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전북도측은 답답한 표정이다. 자칫 탄소산업 독립의 꿈이 물거품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험 운항중인 국내 첫 탄소섬유 상용 보트.
시험 운항중인 국내 첫 탄소섬유 상용 보트.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 양극화 심화…
산업간 융복합화로 경쟁력 높여야”

부품소재산업 전반에 인프라 잘 갖춰진 덕에 연구개발도 활발
 신기술 상용화할 수요기업 적고 느슨한 산업간 연대는 아쉬워
 수요기업 육성하고 산업간 연대도 강화할 컨트롤타워 필요해

■전주대학교 안계혁 중소기업산학협력센터장

 

부품소재산업 육성은 국가적 과제이자 전북도가 꼽은 성장동력 중 하나다. 안계혁 박사는 탄소나노소재 전문가이자 중소기업 산학협력센터를 이끄는 수장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 그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흔히 융복합소재산업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미래형 전기차를 비롯해 로봇, 스마트팜, 신재생에너지 등은 모두 융복합소재가 필요하다. 예컨대 전기차의 경우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행거리도 늘리려면 가볍게 할 수 있는 경량화가 필요하고 튼튼하면서 전자파 차폐 기능 등도 필수다. 수소차나 플라잉카 등과 같은 미래형 수송기계는 모두 마찬가지다. 조선산업 또한 지금까진 설계를 통해서 경량화를 이뤄왔지만 앞으론 소재를 중심으로 경량화가 이뤄질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탄소융복합소재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다. 우리 지방은 탄소융복합소재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이게 바로 전북의 가장 큰 강점이 될 것이다.

▲탄소섬유의 경우 어렵사리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수입산을 선호하는 것 같은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 바로 국산 탄소섬유에 대한 수요기업이 적다는 것이다. 국산 탄소섬유의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줄곧 수입산을 토대로 완제품을 제작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시스템을 국산에 맞게 바꾸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국산 제품을 사용토록 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융복합소재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 중 하나다.
다른 분야의 부품소재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려면 수요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융복합소재산업을 육성하려면 산업간 연계도 중요할 것 같은데?
예컨대 전기자동차나 풍력발전기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탄소, 섬유, 전자, 방사선 등 다양한 영역의 기술과 부품소재가 필요하다. 그만큼 산업간 연계가 중요하다. 현재 도내의 경우 각각의 기관들끼리 연구활동은 활발한데, 새로운 융복합소재 개발에 필요한 산업간 연계는 느슨한 편인 것 같다. 따라서 산업간 연계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공동연구 과제 발굴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아울러 이를 기획하고 주도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센 것 같은데 뭘 준비해야 하는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려면 네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제조업 기반, 둘째는 정보통신기술, 셋째는 빅데이터 기반 정보공유, 넷째는 강력한 행정력을 꼽을 수 있다. 현재 도내의 경우 이중에서도 강력한 행정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산업의 틀을 완전히 깨트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저런 규제를 풀어내고 산업간 연계를 통해 새로운 융복합소재 개발을 촉진하려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행정력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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