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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창으로는 편견만을 자라게 할 뿐이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5월 08일 10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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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억양 읽기(지은이 윤재경, 펴낸 곳 창해)'는 작가의 첫 에세이집으로 오랜 동안 공직(한국전력)과 교직에 있다가 귀향하여 정원을 가꾸며 사는 55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동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모든 사물은 자기만의 색, 이미지, 형질이 있고 변화하는 속성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간을 각인하는 일이다. 시간을 각인하려면 사물의 순간을 포착해야 하는데, 순간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달라서 억양이 생긴다.

시간을 각인하는 일은 사물의 억양을 포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만, 사물도 자체의 삶이 있어서 억양이 달라진다.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사물을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억양은 달리 인지된다. 우리의 시선이나 감각이 사물과 만나는 지점이 순간의 억양인 셈이다.(중략)‘세계’라는 오케스트라 안에는, 음(音)을 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질 악기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현재 들리는 악기의 음은 일부다. 연주되어도 듣지 못하는 악기의 음이나 연주되지 않고 있는 악기의 음이 ‘세계의 음’을 이루고 있다. 세계는 순간의 억양에 의해 규정된 박자 위에서 통제된다”

모두 4부로 나눠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13~14꼭지의 글을 수록했다. 어느 꼭지 원고를 읽더라도 저자가 바라보는 제목처럼 다양한 사물의 ‘다른 억양’에 따뜻하고 넓고 깊은 존중과 이해가 느껴진다.

1부와 2부는 현재의 이야기를, 3부는 과거의 이야기를, 4부는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생명들이 오롯한 삶을 살기 위한 억양들을 읽었다. 1부는 자연의 억양을 찾아 각인한 이야기다. 황토방을 짓고 안수산에서 해 뜨는 위치로 계절과 시간을 만나고, 사물들의 언어를 배운다. 복수초가 피면 나무 전지를 서두르라는 신호다. 산개구리가 울면 입춘임을 몸이 알아챈다. 냉이와 쑥이 자라면 마을 사람들이 캐러 온다. 자연의 시계와 억양에 따라 사는 모습이다.

2부는 안수산이 드리운 삶의 억양을 나누는 이야기다. 마을 사람과 함께 신화나 민담이 깃든 나무나 골짜기, 바위 주위를 보살핀다. 안수산 가는 길을 닦고, 그 길을 젊은이들이 오르며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는 과정과 내용을 담았다.

3부는 문명의 억양에 따라 살아온 삶을 각인한 이야기다. 군대와 직장 생활, 대학 강의, 기업 자문 활동 등 사회적 시간을 보내며 겪은 사건과 스펙터클에 해당할 만한 억양들을 포착했다. 나아가 책과 여행을 통해 삶의 태도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했다. 4부는 기후변화 시대라는 거대한 억양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각인하는 이야기다. 성재여행에서 개인 ESG의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의 파수꾼이 되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소농을 꿈꾸고, 이를 글로 쓰며 시행하는 과정을 다룬다. 자신의 공간과 시간이 세계의 중심임을 깨닫는 시간이 협애(狹隘)한 그늘을 만들지 않고 따뜻하고 존중하는 넓은 그늘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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