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기고]여름철 극단적 호우로부터 생명을 구하는 기상 안전망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5년 07월 30일 14시17분

여름이면 어김없이 많은 비가 내린다. 신기하게도 비가 오기 전에 개미들은 분주해진다. 여리고 작은 몸들이 길게 이어져 열심히 먹이를 옮기고, 한쪽에서는 개미굴 입구 주변으로 흙을 작은 둑처럼 쌓아 방어벽을 만들어 많은 비에 대비한다. 개미는 기압이나 습도,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여, 비가 오기 전에 이를 본능적으로 감지해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여름철에 많은 비가 예보되면 배수로를 정비하고, 하천 주변과 산사태 위험지역, 공사장 등 위험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점검하고 통제하며 호우에 대비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호우로 인한 피해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곤 한다. 특히, 특정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극단적 호우는 예측하기 어렵고, 신속하게 대응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 심각한 건, 갈수록 강한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적으로 시간당 50mm 이상 호우는 과거 10년(`73~`82년) 동안 연평균 12일에서 최근 10년(`15~`24년)은 21일로 무려 75% 증가했고, 작년 여름철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극단적 호우가 16회나 발생했다. 이는 최근 15년 중 가장 많은 수치이다.

지난해 전라북도 역시 전례 없는 극단적 호우를 경험했다. 7월 9일과 10일 군산 어청도에 시간당 146㎜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고, 군산을 비롯한 익산, 완주 등 여러 곳에서 시간당 100㎜ 이상의 기록적인 강수가 관측됐다. 또한 8월 26일 발생한 국지성 집중호우는 한 시간 동안 남원 지역에 110.2㎜의 폭우를 쏟아 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올해에도 7월 16일부터 19일까지 순창군, 고창군 등에 시간당 50mm의 매우 강한 비를 동반한 200~45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순창군에 시간당 81.3mm로 매우 강한 비가 내리면서, 전체기간 1시간 최다강수량 극값 1위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극단적 호우는 안타깝게도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낳았고, 지난해 일부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다. 기후위기가 현실화되어 전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제 기후위기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경고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 속에서 체감되는 현실이 되고 있다.

기상청은 극단적 호우에 대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호우 긴급재난문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간당 강수량이 50㎜ 이상이면서 동시에 3시간 강수량이 90㎜ 이상이거나, 시간당 강수량이 72㎜ 이상에 이르는 매우 강한 강도의 호우가 관측되면, 읍면동 단위로 40dB 이상의 강한 경고음과 함께 재난문자가 발송된다.

호우로 가장 위험한 순간, 해당 지역민에게 실시간으로 재난문자를 발송함으로써 즉각적인 안전조치를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에는 수도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에 운영되었고, 제도의 효과성이 나타나고 국민들의 긍정적 반응이 이어져 올해부터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된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현재 많은 강수가 내리고 있어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려주는 동시에 ‘안전한 곳으로 빨리 대피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자를 받았다면 이미 위험지역에 있는 것인 만큼, 그 즉시 주변을 살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위험 상황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상습 침수 구역이나 하천 주변, 지하 시설로의 접근을 삼가고, 산비탈이나 급경사지 근처는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속히 벗어나야 한다. 만약 차량을 운전 중이라면 침수된 도로나 지하차도에는 절대 진입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기후변화로 대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며, 단시간에 쏟아지는 강한 호우는 일상의 평온을 단숨에 위협하곤 한다. 올여름, 모두가 호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신속한 대응으로 안전을 지킬 수 있길 바라며, 기상청은 앞으로도 집중호우를 포함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기상 감시와 정밀한 예보, 긴급재난문자 발송 등을 통해 튼튼한 기상 안전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기상청장 장동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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