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금요수필]이를 어찌해야 할꼬

윤철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7월 30일 16시18분

모임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다. 처음엔 마치 겨울날 아랫목 같았다. 사소한 농담 하나에도 웃음꽃이 피었고, 누군가 무엇을 물으면 다른 이들이 햇살처럼 답을 덧붙이던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분위기가 묘하게 변했다. 한 친구가 정치적인 이슈와 차별금지법처럼 민감한 주제를 반복적으로 공유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우리 방에 어울리지 않는 주제는 삼가면 좋겠다”라고 조심스레 불편함을 드러내면 그는 며칠 뜸하다가 다시 시작했다. 채팅창은 점점 조용해졌고, 어느 날부터인가 “OO님이 나갔습니다”라는 알림이 더 자주 울렸다. 총무는 나간 이들을 다시 불러들였고, 탈퇴와 초대가 거듭되는 피곤한 상황이 되풀이되었다.

어쩌면, 단톡방에선 말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말보다 감정으로 느끼는 눈치, 정보보다 방 안의 온도가 더 중요한 공간에서 따뜻함이 식자 사람들은 하나둘 등을 돌렸다. 문제의 친구를 내보내자는 의견이 모였지만, 카카오톡 단톡방은 운영자라도 누군가를 강제로 내보낼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모임 해체가 거론될 지경에 이르러 결국, 총무는 새로운 방을 만들고, 그를 제외한 이들을 초대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 방엔 봄처럼 밝은 기운이 다시 돌았다. 가벼운 농담, 따뜻한 안부를 묻고 답하는 공간은 웃음이 가득한 마음의 둥지가 되었다.

기존 단톡방도 여전히 남아있다. 가끔 보면 그 친구의 글만 빼곡하다. 어쩌면 그는 아직도 함께라고 믿는 걸까. 아니면 혼자라는 걸 알면서도 그 외로움을 정의라 여기는 걸까.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묘하게 불편하다.

단톡방 하나가 어지러워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 풍경이 의외로 낯설지 않다. 요즘 우리나라의 정치 무대도 이름만 다를 뿐 구조는 닮았음을 느낀다.

어느 정당에 J라는 인물이 입당했다. 이른바 아스팔트 세력의 행동대장이라 불리는 그의 언행은 과거에도 논란이 많았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 사람이 과거의 그림자를 당당히 이끌고 당 대표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J를 당에서 내보낼 수 없다는 점이다. 합법적으로 입당한 그를 배제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의 영향력을 두려워하거나, 편승하려는 이들도 있어 반대 목소리는 작아지고 당의 방향성도 흔들리고 있다.

우리의 단톡방 문제는 새 방으로 해결되었지만, 정당은 단톡방처럼 쉽게 새로 만들기도 힘들다. 엄청난 기득권을 포기하고 홀로 광야로 나설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란 지켜내므로 존재하는 것 아닌가?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은 용기 있게 말하고, 분명한 선을 그으며 흐려진 방향을 바로 잡는 일이다. 때론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지키지 않는 이들과는 결국 갈라설 수밖에 없는 아픔도 있기 마련이다.

정당이나 단톡방이나 기본은 같다. 이해와 소통, 배려와 존중, 공감과 협력이 최선이다. 말하지 못한 진심들이 쌓인 고요는 곧 무관심으로 바뀌고 말이 사라진 자리엔 탄식만 쌓인다. 결국, 사람들은 떠나고 공동체는 무너진다.

극우도 극좌도 아닌 말 없는 다중의 탄식. “이를 어찌해야 할꼬”라는 읊조림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 외침일지도 모른다.

윤철 수필가는

'에세이스트' 신인상으로 등단,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역임

수상 : 전북수필문학상, 새전북신문문학상, 리더스에세이문학상 등

수필집 :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나를 닮은 타인 그 이름 가족'

(현) 전북특별자치도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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