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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미의 미술산책]67. 모리스 루이스 ‘산책을 간 마르셀라와 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08월 06일 15시19분

-꿈속에서 본 천국으로 향하는 사다리

-상징을 통해 내면의 아우성을 듣는다

당신 안에 사다리는 어떤 색깔입니까? 인간은 의식하든지 안 하든지 저마다의 내면에 사다리 하나쯤은 있을 수밖에 없다. 삶이라는 여정에 숙명처럼 드리운 욕망의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을 테니까!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야곱의 사다리가 있다. 아브라함의 손자인 야곱이 형, 에서로부터 도망치던 중 꿈속에서 본 천국으로 향하는 사다리를 말한다.

성경에서는 두 개의 사다리로 설명하여 사람들에게 종교적 선행 방법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도구다. 유명한 윌리엄 블레이크의 1805의 작품이 있고, 중세부터 현재까지 많은 예술가들이 야곱의 사다리를 다양하게 해석했다. 그림이란 자신의 의미심장하고 비장한 심경을 토로하기에 안성맞춤인 동시대 언어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중 색면 추상의 초기 선도적 역할을 한 화가 모리스 루이스(1912-1962)의 이야기다. 메릴랜드주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대 중반, 뉴욕으로 이주하여 연방 예술 사업에 참여하며 작업이 크게 전환된다. 당시 뉴욕에서는 잭슨 폴록, 아실 고르키, 마크 로스코 등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이 급부상하고 있었다. 루이스는 이들과 교류하면서도 독립적이며 조용하고 지적인 추상화에 접근한다.

작품 ‘산책을 간 마르셀라와 조’는 그의 주요 회화 시리즈(1954-1962)가 제작되기 전, 드로잉으로 구성된 예술적 실험 작품이다. 마르셀라는 모리스의 아내이고 조는 그의 형이다. 그림 상단의 붉은 태양이 빛나는 낮과, 블랙 면으로 처리된 밤의 강렬한 대비가 흥미롭다. 검은 점이 있는 타원형과 사각형 드로잉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의 눈동자인듯하다.

중요한 것은 중심에 걸쳐 얼기설기 그려진 사다리다. 이는 역경 속에서 헤매던 야곱이 천사와 신의 지원에 대한 약속을 꿈꾼다는 상징적 기호인 야곱의 사다리다. 이렇듯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은 친절하게 그림을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 작품은 그가 완전 추상으로 가기 전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조금은 알 수 있다. 희망에 대한 갈망이며 종교적 신념이다.

그는 1950년대 초 추상표현주의에 심취한다. 캔버스를 수평으로 놓고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흘려보내는 기법을 계발한다. 이 작업 방식을 ‘스트레인’ 또는 ‘필터 페인팅’이라 하며, 드로잉을 주 작업으로 하는 현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경험한 미국의 젊은 작가들은 과거와 단절하고 싶었다. 그래서 과거의 구상적 그림들과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즉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그린다는 행위에 몰두하며 탄생한 추상표현주의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미술운동이다.

모리스의 ‘별을 향해 손을 뻗는 남자’는 그래도 비교적 친절한 그림이다. 어두운 배경의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별자리가 선명하다. 별을 향해 허공에 손을 내미는 남자의 액션이 애처롭다. 씁쓸한 열광일지라도 염원에 대한 간절한 외침이다. 야곱의 사다리와 무관하지 않다. 두 그림에 공통으로 보이는 노란색은 암울한 현실과 자기 성찰의 색이기도 하다.

이렇듯 모호해 보이는 그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과 울림이 느껴지고 작가의 상징적 기호를 통해 내면의 아우성을 들을 수 있다. 성자도 인간이었고 성서도 인간을 위한 것이었듯이, 작품의 어떤 난해함도 사람 사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화가·칼럼니스트 김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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