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달그락달그락] ‘선택’ 아닌 ‘선택’… 현장에 맞는 정책 내주기를

■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 제도… 당사자들의 경험과 의견, 교사와의 만남

기사 작성: 청소년 기자단 - 2025년 08월 06일 16시36분

2025년 8월 3일, 길위의청년학교 공간에서 청소년기자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이번 청소년기자워크숍은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를 주제로 진행되었으며, 청소년기자단은 이 주제에 대한 자료 등을 조사하고 관련된 자신들의 의견과 고충을 나누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기초소양과 기본학력을 바탕으로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로, 맞춤형 교육을 통해 학습 동기와 자기주도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제도의 이상적인 취지와는 달리,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진로 선택의 자유 제한, 교사 부족, 지역 간 교육 격차, 반강제적인 과목 선택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제도적·현실적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히 도입되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고교학점제 제도를 경험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과목선택이 진로와 어긋날 경우 불이익이 크다는 것, '선택'과목이라지만 온전한 선택이 아닌 반강제적인 선택이라는 것, 내신 5등급제로 인한 변별력 하락과 생기부·수행평가의 중요성 증가로 인한 학교별 격차 상승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소규모 학교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생 수와 교원 수 부족으로 원하는 과목 개설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과목별 학업성취율이 40%미만이면 미이수로 간주하고 다음 학년 진급이 불가능한 ‘최소성취수준보장기준’과 같은 제도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수행평가는 학교 교육과정과 정규 수업의 범위 안에서, 지식․결과 중심의 평가를 지양하고 학습목표 도달도와 그 과정을 확인․평가해 교수‧학습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평가이다. 하지만 현재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이 취지에 맞지 않게 수행평가 제도 속에서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구체적인 느낌과 경험으로는 먼저, 단순 옮겨적기·베껴쓰기 깜지 식의 단순한 의미 없는 형식의 수행평가이다. 실제 청소년들의 경험으로는 모의고사 해설지를 베껴 적어 오답노트를 써야 하거나, 단어 깜지 등으로 수행평가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했다.

두 번째로, 과목별 수행평가 실시 일자가 겹쳐 특히 정기고사(중간고사, 기말고사)와 가까운 날짜에 몰아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청소년들이 시험공부와 수행평가를 모두 챙겨야 해 잠을 줄여 건강이 악화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마지막으로, 학교 별 난이도·질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점이다. 수행평가 내용은 생기부 ‘세부능력특기사항‘에 주로 적혀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어떤 학교는 너무 단순한 내용의 수행평가를 진행하거나, 어떤 학교는 매우 복잡하고 개인의 높은 역량을 요구하는 어려운 수행평가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행평가 제도에 대해, 실제 교육 현장에 놓여있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많이 느끼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중·고등학교 과도한 수행평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2학기부터 제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지만, 근본적인 제도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청소년기자단들은 이러한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이 느낀 문제점과 장단점들을 모아 질문을 만들었고, 실제 군산 지역 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교사로서 청소년들이 수행평가가 과도하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학생들의 입장에 깊이 공감을 합니다. 다양한 과목에서 수행평가가 몰려 있을 경우 학생들은 단순히 과제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본래 수행 평가는 학생 개개인의 탐구력 창의력 협업 능력 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하지만 어 현실에서는 양적인 부담으로 다가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사들도 교육 과정 재구성과 협의를 통해 평가의 질과 시기를 조율해 나갈 필요성에 절감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학교 내에서는 이루어지기가 힘든 부분이 많습니다. 각 과목별 선생님들의 스케줄이 겹치지 않게 조정되는 것은 많이 어렵기 때문에 수행평가가 특정 시기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인 입장인 제가 봤을 때 학생들이 수행평가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처럼 특정 시기에 몰려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학교 차원에서 교사들과 학생들 간의 협의를 통해서 조절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수행평가를 연 40회에서 50회 정도 보게 되는데, 이렇게 많은 횟수의 수행평가를 시행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학교 교육 과정을 본다면 모든 평가는 지필과 수행평가의 합산으로 해서 성취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예체능 과목들에 있어서는 수행평가만으로 이루어지는 과목들도 있지만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수행평가 비용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평가의 수가 많아진 이후에는 과목별 평가 비중을 고르게 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평가가 특정 시기, 즉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어떠한 고사 직전이라든가 몰려 있다 보니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합니다.

◉ 수행평가에 대한 본인이 겪고 있는 고충이 있으신가요? 또한 수행평가를 AI로 해결하려는 청소년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피드백과 채점의 부담이 큽니다. 단순한 점수 부여를 넘어서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의미 있는 평가와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제공하고자 하는데 교사의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특히 조별 과제라든가 발표형 평가의 경우 형평성이라든가 협업 기여도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반영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요즘 같은 경우는 표절 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AI 활용도 새로운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해오라는데 책을 읽어오지 않고 누가 읽은 글을 갔다가 자기가 읽었다고 제시하는 경우, 또는 어떤 과제를 줬는데 하루 이틀 고민하면서 해야 될 과제를 AI를 통해 한 시간 만에 끝내는 경우가 있죠. 이러한 부분에서 교사가 공정성을 유지하며 점수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해 어려움이 있습니다. AI를 모르고서는 현대시대를 살아가긴 힘듭니다. 그래서 AI의 도움을 받는 것은 시대 흐름 속의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AI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를 기반으로 하되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교사의 판단입니다.

◉ 교사로서 ‘고교 학점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고교학점제는 매우 오랫동안 준비된 제도입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는 점에서 고교학점제는 매우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됐습니다. 실제 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파악하는 과정을 겪습니다만,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가 벌써 정해졌다는 가정 하에 자기가 특정 과목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의 결정은 매우 힘듭니다. 또한 많은 과목들을 개설하다보면 교육의 질이 떨어져 학생들이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되려면 이러한 선택권을 학생들에게 모두 제공해 주면서 수용해 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것들을 갖추어지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청소년들이 지금 ‘최소성취수준보장기준’와 부정확한 진로, 그리고 실제 교육환경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 내신 포기로 인한 자퇴 같은 여러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이 느끼는 불안과 어려움은 매우 타당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서 최소성취보장기준이 갖춰지지 않을 때는 자기가 선택한 과목의 학점을 이수할 수가 없다는 것이 있어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련된 다른 기초 교육을 받거나 다른 과목으로서 학점을 채워야 되므로, 학교는 이를 인식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은 교육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보장기준을 넘지 못하는 경우들도 다수 있습니다. 이 ‘최성보’를 넘지 못했을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교사로서 의문이 듭니다. 이 때문에 단순하게 형식적으로 최종 기준을 받았다고 하면서 문제를 엄청 쉽게 해서 넘기거나 유급을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유급이 발생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성적 반영 방식이나 졸업 요건이 불명확하게 느껴질 경우 학생들의 학습 동기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학교 현장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교육청 및 정책 당국이 학생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보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도는 현재 바꿀 수 없으므로 지금은 학생들이 빨리 전공과 적성에 대해서 파악하고 계획적으로 공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가온, 정예인, 조정은, 박가은, 안지원 청소년 기자, 이서연 인턴 청소년 기자

[취재후기]

- 유가온: 평소에 교육 쪽에 관심이 많아서 전문가 분께 궁금한 점이 많았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현직 교사 분을 만나서 내가 궁금했던 점을 모두 물어보아서 좋았던 것 같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적용되는 교육과정도 있어서 교육과정이 더 힘들게 바뀌는 것에는 꼭 그 교육과정을 만드는 사람들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신기했다. 이러한 교육과정을 현재 학생인 내가 바꿀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허무함을 느꼈지만 이 제도 속에서 살아남아 더 나은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 정예인: 현재 고교학점제의 실제 당사자가 되어, 학교에서도 다양한 강의나 선택과목 선택 교육 등을 들었다. 2학기가 되면 2학년 때 들어야 할 선택과목 수강신청이 있기 때문에 진로 선택이 매우 시급한 상태다. 진로가 불확실한 청소년이 대부분인 17살의 나이에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선택하라고 반강제적으로 요구하는 이 제도가 맘에 들지 않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고등학교 선생님의 고충과 의견을 직접 들어보며 청소년뿐 아니라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고교학점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이 제도를 갑자기 폐지하거나 바꿀 수 없으므로 견디고 버텨야 하는 건 당사자인 우리라는 사실이 속상했지만, 잘 버텨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다. 고교학점제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취재하며 실제 당사자인 청소년들과 교육 정책 관련자들의 소통이 더욱 원활하게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조정은: 다음해에 고1이 되어서 교육과정에 영향을 받기에 고교학점제나 수행평가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이 갔다. 회의와 인터뷰를 하고 나서도 '고교학점제는 누굴 위해 만든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학생들의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한국은 미국 사립학교처럼 실패를 해도 되는 분위기가 아니기에 이 교육과정은 온전히 학생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박가은: ‘고교학점제를 왜 실행됐을까?’, ‘앞으로의 교육전망은 어떻게 될까?’ 인터뷰를 하면서 실행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절차가 이루어지고 또 학생들을 위해 고교학점제가 좋은 의미로 실행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남들과 달리 가까이서 물어보고 들었던 점에서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 이서연: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로 인해 학생들이 겪는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장점과 단점을 둘 다 중점으로 두었지만 단점이 부각되는 것이 흥미로웠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과정들도 점차 생겨 나갔으면 좋겠다.

- 안지원: 고교학점제와 수행평가가 왜 이런지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취재와 인터뷰로 선생님들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교육제도가 바뀐다는 문제를 알게 되었다. 교육 정책자들이 실제 현장에 맞는 정책을 내주기를 바라고, 요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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