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식용백신, 백신 패러다임을 바꾸는 녹색 혁신

국립농업과학원 식물소재바이오공학과 이주호 연구사

기사 작성: 박상래 - 2025년 09월 24일 14시46분

식용백신은 1990년대 초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통해 식물에서 항원을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등장한 혁신적 기술이다. 최초의 식용백신은 담배 식물에서 Streptococcus 표면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며, 이후 감자, 토마토, 바나나 등 다양한 식용 식물이 백신 생산 플랫폼으로 연구되었다.

이 개념은 기존 백신이 가진 여러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백신 생산 및 유통에 드는 높은 비용, 냉장 보관의 필요성, 주사기 및 전문 의료 인력 의존성, 점막 면역 유도 능력의 한계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식용백신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식물에 항원 유전자를 도입하고, 식물의 식용 가능한 부위에서 백신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하여 섭취만으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1990년대에는 담배와 감자 식물을 이용해 B형 간염바이러스(HBV) 항원, E. coli 열불안정독소(LT-B), 노로바이러스 캡시드 단백질 등 다양한 항원이 성공적으로 발현되었고, 동물실험과 초기 임상 연구를 통해 식용백신이 점막 및 전신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1998년 미국에서 진행된 최초의 임상시험에서는 유전자변형 감자를 섭취한 성인에게서 여행자 설사병 예방에 효과적인 면역 반응이 유도되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식용백신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냉장고나 주사기가 필요 없어 비용과 물류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대규모 접종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식용백신 연구는 감자, 쌀, 옥수수, 바나나, 토마토, 상추 등 다양한 식물을 활용해 B형 간염, 콜레라, 광견병, 홍역, 노로바이러스 등 인간 및 동물 질병 예방을 목표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백신 개발 기술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항원 발현량 증대, 단백질 안정성 확보, 면역원성 개선, 식물 내 저장성 향상, 정량화 기술 발전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일시적 발현, 조직 특이적 발현, 다가 백신 개발 등 다양한 첨단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식용백신의 장점은 매우 다양하다. 생산 비용이 낮고 대량생산이 용이하며, 냉장 유통이 불필요하고, 동물성 바이러스에 의한 오염 위험도 없다. 또한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아 의료 관련 감염을 줄일 수 있으며, 어린이나 주사 공포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접종이 용이하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특성은 백신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항원 발현량의 최적화, 식물 내 항원의 안정성 확보, 섭취를 통한 용량 조절의 정밀성, 유전자변형식품(GMO)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우려, 규제 및 승인 체계의 정립, 환경 내 교차오염 방지 등이 해결되어야 할 핵심 과제다. 또한 장기적 안전성과 면역 지속성에 대한 임상적 검증, 대규모 임상시험과 표준화된 생산·관리 체계 구축도 필수적이다.

미래의 식용백신은 단순한 감염병 예방을 넘어 자가면역질환, 암, 알레르기 등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는 맞춤형 면역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진보와 함께 식용백신은 저비용, 대량생산, 유통의 용이성, 그리고 새로운 면역유도 전략을 통해 전 세계 보건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감염병 부담 완화와 글로벌 백신 불평등 해소에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미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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