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바둑과 바둑] 조남철과 이창호가 자란 전주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1.07.13 18:42

전주가 한국 현대 바둑의 산실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전주 사람들은 둔감하다. 이창호가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천재가 아니라 지역의 바둑 토양에 근거한 인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조금 이해가 된다. 새전북신문이이창호 탄생의 배경이 된 전주의 바둑사를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 선생과 전주가 낳은 바둑황제 이창호의 삶과 탄생을 배경으로 조명했다.<편집자>조남철. 호는 ‘송단’이다. 1923년 부안생이다.부안 줄포초등학교를 다니던 9살 처음 바둑을 배웠다. 11살때 5-6급 실력. 당시 프로가 없었기 때문에 5급이면 군지역에서는 가장 뛰어나다는 군기(郡棋) 수준이다. 지금은 11살이면 신동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당시는 상상을 초월한 실력. 조남철은 당시 전주 교동에 나와 전국 고수들과 많은대국을 가졌다.때마침 일본 바둑계 기성인 오청원과 기다니 선생(현대 바둑의 정석을 수립한 인물들)이 세계 순회 차원차 한국을 방문했다. 기다니는 11살인 조남철의 소문을 듣고 기념 대국을 갖는데 치수는 7점. 이 소식을 듣고 조선팔도 고수들인 노사초, 정규춘, 윤주병, 유진하, 신호열, 민중식 등이 구경차 모였다. 조남철 바둑을 본 기다니는 ‘조선에 이런 인물이 있었느냐’며 그 자리에서 제자로 삼겠다고 제의했다.그러나 조남철 부친은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15살이 되어서야 일본으로 보낸다. 조남철은 이리역에서 야간 열차를 타고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떠난다. 그로 부터 3년5개월 뒤. 청년이 된 조남철은 다시 익산역에 나타난다. 1941년 겨울이다. 이미 조선인 최초로 일본기원 전문 기사가 되어 있었다.조남철은 귀국 이후 전주에서 살았다. 당시 귀국한 조남철의 소식을 듣고 전국의 강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며 전주로 찾아 들었다. 이에 따라 당시 전주는 바둑 대국장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 한국기원이 50년대 기록한 바둑사에 남아있다. 이 같은 현상은 조남철이 일본으로 떠나는 약 3년간 계속됐다. 해방과 더불어 일본에서 돌아온 조남철은 전주에서 있었던 각종 바둑 대회를 공식화 하기 위해 바둑기전을 만든다. 해방 이후 전주에 최초의 현대식 기원인 ‘전주기원’이 생겨났다. 조남철은 우선 서울로 올라가 왕족인 이학진씨의 도움을 받아 ‘한성기원’을 설립한다. 그리고 이를 곧바로 조선기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제1회 전국 국기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 이것이 바둑대회 효시다. 그러나 전주와 달리 이 대회는 실패로 끝났다. 대회 실패로 조남철은 파산했고 서울 갑부 이진호씨의 사랑방을 빌어 ‘나그네기원’을 열어 운신한다. 그래도 제2회 대회를 열었고 이 대회에 90명이 넘는 전국 고수들이 참가하는 성공을 일궈냈다.이를 계기로 조남철은 ‘한국기원’의 전신인 ‘대한기원’을 세우고 당시 총재는 재헌의원인 윤호병씨가 맡았다. 조남철은 사범 겸 이사. 그리고 대한기원은 54년 국회의원 장경근씨의 도움으로 ‘사단법인 한국기원’으로 창설된다. 조남철이 전주에서 현대 바둑을 시작한지 10년만의 결실이다. 조남철은 또 55년 6월 현재 한국기원 연수생 제도의 전신인 ‘송단국기연구소’를 설립한다.이렇게 시작된 한국기원은 70년대 초반 프로기사가 60명에 달했다. 이중 20%가 전북 출신이었다. 이강일, 김수영(전북출신은 아니지만 조남철 직계 제자로 전주에서 생활했음), 정동식, 권경언, 전영선 등이 배출됐고 그 뒤를 이어 양상국, 정수현, 강훈 등이 배출됐다. 그 뒤로 조남철의 조카인 조치훈과 조연행(조치훈의 형)이 배출됐고 일본 바둑을 석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조남철의 생질인 최규병(부안출신)이 10대 초반에 아마대회를 석권하며 신동으로 바둑계의 해성으로 떠올랐다.그러나 전북은 최규병이 75년 프로에 입단한 이후 10여년간 프로기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아마 이창호를 배출하기 위한 잠복기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호는 75년생. 이창호가 86년 프로 입단까지 전북에서 단 한명의 프로기사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 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이창호는 7살때 바둑을 시작했다. IQ139로 공부 잘하고 피아노잘치는 귀재였다. 창호를 키운 사람들은 이정옥씨(아마 6단)을 비롯 전영선 프로 등 전주 사람들이었다. 이창호는 바둑을 배운지 2년여만에 육영재단이 주최한 ‘어깨동무 어린이 바둑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일궈내며 일찍이 신동 탄생을 예고한다.1년간 이창호를 지도한 전영선 프로의 소개로 조훈현의 내제자로 들어가게 되고 86년 프로기사가 된다. 당시 나인 11세였다. 그리고 3년 14세 나이로 KBS바둑대회를 석권한다. 세계적으로 조치훈이 18세때 세운 최연소 타이틀 기록을 바꾸는 순간이었다.이창호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운다. 91년 동양증권배인 국제기전을 석권한다. 일본의 일인자 그룹에 속하는 임해봉 9단을 결승에서 꺽었다. 최연소 국제기전 획득이었다. 이창호의 이 같은 기록들은 현재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이창호의 승률은 평균 75%. 90년 이후 8번의 MVP를 기록했다.그리고 세계 1인자란 호칭과 함께 바둑황제 자리에 올라있다. 박찬호와 박세리가 공주와 대전에 있었다면 전주에는 이창호가 있었다. 모두 현대 바둑의 본산인 전주의 역사에 근거한 이유있는 천재 탄생이다./심회무기자 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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