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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이야기꽃]천박한 레토릭의 족쇄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24년 01월 03일 15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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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스스로 해야 할 행동은 책임있게 하고(躬自厚), 다른 사람을 책망하는 것은 좀 가볍게 하면(薄責於人) 남들로부터 원망을 덜 듣는다(遠怨)”(논어 위령공 14).

남을 책망하거나 비난하는 말이 우리 사회에 넘치고 있다. 자기의 행동에 잠시 비교한다면 도저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말도 서슴없이 던지고 있다. 그 가운데 많은 것들은 남을 비방하는 말이나 글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표현이 점점 심해지고 거칠어진다. 넓은 마음으로 넘어가거나 재치 있게 지적하며 넘기는 아량은 점점 보기 힘들다. 대변인이라는 자리가 설명보다는 비판이나 변명을 하는 자리인가 생각할 정도다.

거친 말은 전염성이 강한데 특히 정치판에서 더 그렇다.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에 예전보다 더 거친 말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그 뒤에 상하원 의원들도 트위터에서 내 뱉는 상스러운 말이 13배나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 있었다. 지지자들이 열광하니 팬서비스 차원에서 설치는지 모르지만 기세 좋게 더 늘어났다.

잘 된 일을 좋은 말로 차곡차곡 귀에 담아주는 것이 훨씬 교육적일 것이다. 그런데, 정서 미달의 못된 짓이니까 천박한 레토릭으로 귀에 대못을 박아주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도층의 상스런 욕설을 듣는 시민들은 선량한 시민을 무시하는 것으로 곧장 받아들일 수 있다. 하류층이라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니 더 거친 말을 제조한다.

북한이 내보내는 공식 논평에서도 그런 일이 많다. 레토릭의 풍미를 찾아보기는커녕 쌍스런 욕으로 착착 감기는 맛을 즐기며 깔아뭉개고 있다. 가장 적합한 표현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부서에 근무하는 집단들이 만들어 낸 말이라 하니 어이없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는 논평은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신문 사설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우리 기준으로 보면 가관인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삶은 소대가리 라는 말은 그 뒤 매체들에 자주 들락날락하고 있어 그 사이에 보편화되어버린 것 같다.

성명서나 논평에서도 욕설뿐만 아니라 위아래 대놓고 비방하는 언어로 장식해 품격을 잃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공자와 자공의 대화 내용에 귀한 말이 있다.

“남의 허물을 들춰 말하는 것(稱人之惡),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윗사람을 비방하는 것(訕上), 용맹할 뿐 무례한 것(勇而無禮), 과감하지만 도리에 어긋나는 것(果敢而窒)을 미워한다.”

“지레짐작하여 아는 체 하는 것(徼而爲知), 불손을 용기라고 하는 것(不遜而爲勇), 비방을 정직이라고 여기는 것(訐而爲直)을 미워한다” (논어 양화 24)

요즘 SNS판에서 언어놀이를 즐기는 이들이 ‘좋은 언어’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데 신경 쓰면 좋겠다. 어른들은 어지간 하면 좋은 말로 타이르라고 가르친다. 소통이 안되니 상스런 말을 문자로 남겨 기억시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오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려니 생각하면 안된다.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지 말자는 약속이나, 미니멈 라인을 스스로 정하는 것도 뒷날 감당하기 어려울 때를 생각해서 줄이는 것이 좋다.

실제로 인터넷에 올린 글이 혐오스런 족쇄로 남아 괴로운 이들이 많다. 디지털에서 제발 잊혀지면 좋겠다고 절규하는 이들은 10대 때 무심코 올린 글을 지워달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다.

증자가 병석에 누워 한 말이 있다. 새가 죽을 때가 되면 울음소리가 슬퍼지고, 사람이 곧 죽으려 할 때는 그 하는 말이 착해진다. 부디 착한 언어습관을 가지라고했다.

“말소리를 낼 때는 천박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것은 멀리하라(斯遠鄙背)”(논어 태백 4)

사용하는 언어가 천박한 것은 스스로를 무시하는 느낌을 준다. 선을 넘으면 자기자신을 밑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꼴이다. 서로 깍지 끼고 하류인생이 되어 은연중에 서로 무시하게 된다. 천박한 말이나 글로 우리 사회가 건강을 잃고 있다.

/이흥재(한국지역사회문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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