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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근현대사 이야기



기사 작성:  이종근 - 2024년 01월 04일 13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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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14세 징용자였다(지은이 지성호 전북대 명예교수, 펴낸 곳 논형)'는 우리네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근현대사 이야기를 보듬고 있다. 이 책은 ‘재호’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아니다 이 책은 단순히 한 소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슬픈 역사의 한 단면이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로 노동 수용소로 끌려간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삶에 대한 보고서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시간이 흐르고 전황이 불리해지자 발악하기 시작했다. 물자도 노동력도 부족해지자 일제는 식민지 곳곳에서 식량과 물자 수탈은 물론, 강제로 노동자들을 징집하기 시작했다. 조선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주인공 재호 역시 간악한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4세 재호는 그의 형 대신 붙들려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는데….

이 책은 일본 홋카이도의 미쓰이 광산주식회사 산루광업소(三井鑛山株式會社 珊瑠鑛業所)에 끌려간 재호가 목숨을 걸고 탈출,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태평양전쟁 후기인 1943년에 끌려가 해방 이후인 1946년까지의 4년간의 여정을 그린 것이다. 2023년 96세를 맞은 저자 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에 끌려간 후, 목숨을 건 탈출 시도, 이후의 도피 생활, 일본의 패전과 일본에서 맞은 조국의 독립, 그리고 귀향까지…. 아버지의 꼼꼼한 기록을 바탕으로 저자가 내용을 재구성했다. 노동 수용소에 끌려간 한 개인의 고통의 역사지만, 크게는 우리나라 전체의 아픈 역사이다. 또한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의 살아 있는 역사로 다가온다. 책은 강제노동자수용소를 체험한 아버지의 기록이 바탕이다. 소년노동자로서 일본에서 보고 듣고 겪은 기록을, 지은이가 재구성해 책으로 펴냈다.

지은이는 단순히 아버지의 기록을 재구성한 데서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본으로 끌려갔을 길, 생활했을 수용소, 강제노동했을 광산터 등을 직접 찾아 나섰다. 몇십 년이 지났지만,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지난 곳곳의 현장을 찾아가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도 했다. ‘에필로그’에 1944년으로부터 먼 훗날 아버지가 갔을 길, 여정을 따라가는 내용이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마음, 아버지가 겪었을 고통과 고난에 대한 가슴 아픈 심정을 공감할 수 있다.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면서 지은이는 "역사 안에 사는 삶과 역사 밖에 사는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징용자들의 피로 새긴 고통 앞에서, 그 수난사가 시간 속에 상투화되어 박제된다면, 그리하여 징용자들의 고통과 죽음과 그 인생이 역사의 지층에 화석처럼 묻혀버리고 만다면, 무엇보다 그 기억조차 불편하다고 한다면, 치욕스러운 역사가 반복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개인의 가족사에 그치지 않고 같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크게 다른 것이 없기에 우리의 역사라는 인식의 한 방편이기를 원했다. 역사는 집단 기억을 쌓아가는 과정이라지만 그 집단이란 결국 개인의 기억들이 모여서 된 것이기에 이 기억,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생생한 역사와 기억을 사라지기 전에 다음 세대에 전할 자료가 되기를 기대한다. 일제강점기 실상을 기억할 수 있는 세대는 얼마나 될까?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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