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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발걸음]고인돌과 당산이 빚어낸 천년의 지혜와 비보 풍수의 무장 월림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07월 28일 14시44분

고창군 무장면 소재지에서 남쪽으로 약 2km 떨어진 죽림마을은 월림리(月林里)에 속해 있다. '월림리'라는 이름은 '월구(月句)'의 '월(月)'자와 '죽림(竹林)'의 '림(林)'자를 따서 지어졌으며, 마을에 대나무가 많아 죽림마을이라 불린다. 영양 천씨의 350년 된 집성촌이자 1950년 양민 학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국도 15호선이 마을 아래를 지나고 있어 접근성이 좋다. 그러나 죽림마을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 중심에 있는 고인돌에 있다.

죽림마을에는 여러 기의 고인돌이 남아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에 새로 발견된 한 기의 고인돌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놀라운 지혜를 후대인이 응용해 선택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 고인돌의 장축(가장 긴 축)을 측정해 보니 동지(冬至)의 해가 뜨는 방향으로 정확히 놓여 있다. 이는 선사인들이 태양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관찰하며 천문 지식을 활용해 중요한 의례를 행하거나 공동체의 축제를 열었던 신성한 장소였음을 시사한다. 마을 안에 바위에서 솟아나는 우물이 있다는 사실은, 이 고인돌이 있는 곳이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최적의 터전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놀랍게도 새로운 고인돌들이 종종 발견되는데, 이들이 종종 당산(堂山)과 함께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사시대에 선택되었던 성스러운 장소들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후대 사람들에게도 그 신성함을 인정받아 지속적으로 계승되어 왔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고대인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신성시했던 공간에, 후대 사람들이 당산나무나 선돌(입석) 등을 세워 그 의미를 이어받아 보존해 왔다는 것이다.

고인돌이 담고 있는 사상은 고려나 조선 시대의 풍수지리와는 다른 깊이를 가진다. 후대의 풍수가 주로 지형학을 바탕으로 땅의 형세와 기운, 그리고 향을 중시했다면, 수천 년 전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고인돌은 천지인(天地人)의 삼재(三才) 사상을 하나로 통합하여 홍익인간(弘益人間)과 광명이세(光明理世)의 정신을 지상에 실현하고자 하는 사상적 근본을 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형적 해석을 넘어, 우주와 인간, 그리고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광범위한 세계관 속에서 고인돌의 위치가 결정되었음을 의미한다.

죽림마을의 좌청룡 끝자락에 위치한 당산나무 또한 마을의 중요한 상징이다. 당산인 느티나무는 흉고가 460cm에 이르는 거목으로 옆의 오래된 서어나무가 함께 마을의 깊은 역사를 말해준다. 비록 전통적인 당산제가 잊혀지고 특별한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 당산나무들은 마을의 비보 경관(裨補景觀)으로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마을의 동쪽이자 좌청룡 방향의 수구(水口) 즉, 물이 빠져나가는 곳의 지형적 결함을 막기 위한 비보풍수의 개념으로 세워진 것이다. 이는 마을의 좋은 기운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외부의 나쁜 기운을 차단하여 마을의 안녕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죽림마을 배후 고개에 있는 숲정이와 고인돌의 관계이다. 고인돌과 당산, 그리고 숲정이가 함께 놓인 곳은 바람이 잘 통하고 사방이 탁 트인 곳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탁 트인 지형을 선택했으며, 후대 사람들이 기후학적으로 바람이 많아 추운 곳(풍수적으로 허한 곳)에 비보의 개념으로 당산나무나 숲정이를 조성했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즉, 선사인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하여 마을에서 확 트인 지형을 찾았고, 그 후대의 당산나무나 숲정이를 세운 사람들은 기후학적으로 바람이 많아 추운 곳에 비보의 개념으로 고인돌을 세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이 자연을 관찰하고 삶의 터전을 선택하는 통찰력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마을 배후의 방고개에 고인돌과 함께 서어나무, 느티나무, 노송, 참나무 등이 어우러져 마을의 든든한 '철륭'이 되어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지혜의 계승을 더욱 분명히 한다.

죽림마을의 고인돌과 당산은 대나무 숲과 함께 마을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였다.

/이병렬(고창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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